이명박 “북핵 완전폐기 없인 평화협정 없다”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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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재향군인회,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

이명박 “보수 정체성 강조” 측근에 연설문구 수정 지시

이인제 “소모적 대북지원 그만” 심대평 “전작권 재협의”

“NLL은 해상분계선… 한미동맹 강화” 세후보 한목소리

동아일보사는 재향군인회(회장 박세직)와 공동으로 8일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 대강당에서 제17대 대통령 후보 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는 각 대선 후보의 국가안보관과 대북, 통일, 보훈 정책을 알아보고 검증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향군 원로 등을 포함해 1300여 명이 강연장인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향군은 원내 의석수 등을 고려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당 이인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를 초청했으나 정 후보는 지방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안보 없으면 경제도 없다”=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 시절 광복절에 시청사를 온통 태극기로 감쌌던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강조하는 등 자신의 국가관과 대북정책 등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전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국가 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없고 대북관이 모호하다”고 자신을 비판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후보는 강연 전에 보수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설 문구를 일부 수정하도록 측근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굳건한 안보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 “‘북핵 완전 폐기’를 전제로만 평화체제 협상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며 평화 없는 평화협정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촬영: 정영준 기자

그는 지난 10년간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의 핵실험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실망을 넘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한 뒤 “저는 북한이 나아갈 길을 보여 주되 개혁 개방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일부에서 제기된 소위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아니며 저의 대북정책과 차이가 있다”며 “북한이 나아갈 길을 분명하게 보여 주되, 개혁 개방을 선택하지 않으면 열매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대북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비핵·개방 3000구상’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선택하면 10년 내 1인당 연간 소득 3000달러를 달성하도록 하겠으며,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엄연한 불가침 선이고 해상의 휴전선”이라고 규정한 뒤 서해교전으로 숨진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서후원 중사, 황도현 중사, 박동혁 병장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숨진 장병들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정동영) 여당 후보가 자이툰부대를 미국의 용병으로 폄훼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며 국제 평화를 위해 애쓰는 국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자주와 동맹은 상치되는 개념이 아니며, 동맹을 통해 훨씬 업그레이드된 자주국방을 달성한다는 현실적이며 지혜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LL 해상분계선’ 한목소리=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안보 지키기에는 보수 진보 중도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의 소모적인 대북지원 정책을 지양하는 대신 ‘생산적 햇볕정책’을 가동하겠다고 했으며, 한미 군사동맹도 현 수준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NLL에 대해 “휴전협정 체결 이후 명백한 실효상 해상분계선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심대평 국중당 후보는 ‘원조 보수’ 정체성을 과시했다. 그는 NLL에 대해 “이 자리에서 NLL에 대한 논쟁의 종지부를 찍겠다. 우리의 실효적 지배, 그리고 남북기본합의서 정신 등에 입각해 명백한 해상의 군사분계선”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조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선대본부 산하 ‘가족행복위’ 출범식 때문에 강연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향군 측은 “국회 최대 의석을 보유한 정당의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안보관을 피력할 기회를 포기하고 불참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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