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전경련 '금산분리·노사문제' 냉랭

  • 입력 2007년 10월 29일 20시 12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9일 재벌정책과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했지만 주요 사안마다 이견이 불거지면서 입장차를 드러냈다.

정 후보와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겉으로 웃으면서 투자증진과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으나 금산분리, 대·중소기업 상생, 노사관계 등 경제계의 핵심 이슈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진 못했다.

정 후보는 김진표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당내에서 경제분야에 밝은 박영선 이목희 채수찬 의원 등을 대거 이끌고 전경련을 방문했다.

정 후보의 스탠스는 재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득표 타깃인 중산층과 서민의 표심에 호소하는 동시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친(親)재벌', `정글자본주의'로 규정, 차별화를 시도했다.

간담회에서는 금산분리가 첫 화두로 올라왔다. 이 문제는 정 후보가 유지, 이 후보가 완화 입장을 피력해 경제정책에서 첫 대립구도를 형성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정 후보는 "외환위기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면 기업의 구조개선과 자원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며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경우는 7개에 불과하다. 금산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에 "금산분리를 법규로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자기가 은행을 소유했다고 해서 은행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금산분리 완화를 피력했다.

또 다른 전경련 인사는 "100대 은행 중 7개은행만 산업자본이 소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중요한 것은 법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느냐 하는 점"이라며 "금산분리는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만 은행에 대해 적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영선 의원은 "정보독점의 위험에 노정되는 것을 막고 국민의 법 감정상으로도 재벌의 은행 소유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 대통령이 "은행과 기업의 교차 소유를 금지한 것은 잘됐다. 은행이 제 기능을 발휘할 때만 구조조정도 가능하다"며 금산분리 지지입장을 밝힌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결국 김 정책위의장이 "중장기적으로 산업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분리한 다음에 금융지주회사를 강화시켜 은행을 소유하게 하는 점진적 방식이 맞겠다"고 제안하고 이윤호 전경련 부회장도 "그렇게 숨통을 여는 게 신성장동력을 살리는 길"이라고 화답했지만 근원적 시각차는 줄이지 못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관계 정립방안을 놓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조 회장을 비롯한 전경련측은 "외국인 직접투자가 안 되는 것은 노사갈등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이 좀더 유연화되고 엄정한 법집행이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목희 의원은 이에 대해 "대기업은 진정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고용안정과 투명경영을 위해 노력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전경련이 우리가 무엇부터 하겠다는 것을 얘기해 달라"고 재계의 선(先)노력을 주문했으며, 정 후보도 "헌법에서 왜 정당과 노조 두 단체를 보호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중소기업 육성 방안과 관련, 비정규직 20대의 평균월급이 88만 원이라는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소개한 뒤 "중소기업이 제일 무서워하는 단어가 단가조정"이라며 대·중소기업 상생의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전경련측은 "단가인하만 보면 좁은 시각으로 대·중소기업 관계를 보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자체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전경련측은 이날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관광청 설치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고, 정 후보는 "관광청은 좋은 제안이다. 서머타임제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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