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 노래방… 호프집… ‘술취한 국감’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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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이 돈 내준 영수증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이 국정감사 피감기관들로부터 향응을 받아 정치권 내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의원 등이 식사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유성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피감기관 관계자가 받은 카드결제 영수증 중 한 장(왼쪽)과 의원 등이 술을 마신 한 단란주점의 카드결제 승인 문자메시지(오른쪽). 연합뉴스
피감기관이 돈 내준 영수증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이 국정감사 피감기관들로부터 향응을 받아 정치권 내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당시 의원 등이 식사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 유성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피감기관 관계자가 받은 카드결제 영수증 중 한 장(왼쪽)과 의원 등이 술을 마신 한 단란주점의 카드결제 승인 문자메시지(오른쪽). 연합뉴스
22일 7개 정부기관의 국정감사를 마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이들을 수행한 보좌관, 국회 입법조사관 등은 오후 7시경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정식집과 고깃집에서 식사를 하며 술잔을 돌리기 시작했다.

식사 자리가 2시간 정도 이어지면서 술잔도 적지 않게 돌았고 한편에서는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식사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한나라당 임인배 김태환 김희정 신상진, 대통합민주신당 홍창선, 국민중심당 류근찬 의원 등 모두 6명이었으며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한 과기정위 위원장인 임 의원은 “식사를 하면서 폭탄주가 2, 3잔 돌았다”고 말했다.

고깃집 관계자도 “술자리 분위기는 좋았고 대부분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였다”며 “식사가 끝났을 때 일부 손님은 많이 취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이 먹은 저녁 식사는 1인당 2만5000원짜리 한정식과 1인당 2만8000원짜리 쇠고기 등심으로 전체 비용은 720만 원이 나왔다.

식사 비용은 피감기관 2곳의 관계자가 법인 카드로 지불했으나 이날 국감을 받은 7개 피감기관이 분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9시경 식사를 마친 뒤 일부 의원을 포함한 보좌관과 국회 입법조사관 등은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어울려 유성구 유흥가에 있는 3∼5곳의 술집으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 갔다.

임인배 류근찬 김태환 의원 등 3명은 한정식집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건물 2층의 한 단란주점으로 갔다.

이들의 술자리에는 이날 국감을 받은 피감기관 기관장 4명과 과학기술부 간부 한 명이 동석했다. 여성 접대부 3명도 자리에 있었다.

이 단란주점 사장 J 씨는 “(이들이) 국산 양주 윈저 3병과 맥주 10여 병을 마셨다”며 “일행 중 2명이 먼저 일어나서 나가고 나머지 5명은 남은 술을 마시고 갔다”고 말했다.

피감기관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과 기관장들이 함께한 단란주점의 술값은 68만 원이었는데 우리 기관 직원의 개인 카드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과는 별도로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입법조사관 등도 피감기관 직원들과 함께 음식점 인근 술집에서 또 다른 술자리를 가졌다.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이 저녁 식사를 한 한정식집 관계자는 “식사가 끝난 뒤 손님들이 그룹으로 나뉘어서 술을 마시러 가는 분위기였다”며 “손님들이 요청을 해 30명 정도를 인근 B노래방으로 안내했고, 또 다른 일부 손님은 인근에 있는 I생맥줏집으로 안내해 줬다”고 말했다.

이들이 간 노래방 관계자는 “남자와 여자가 섞여 있었으며 30만 원어치의 술과 노래방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또 일부 국회의원 보좌관은 임 의원 등이 술을 마신 단란주점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B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B단란주점 근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C 씨는 “22일 밤 국회의원 보좌관 여러 명이 B단란주점에 와서 술을 마셨다는 소문이 업소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B단란주점 사장은 “22일은 월요일이라 원래 손님이 없는 날이어서 방 6개 중 3개만 찼는데 손님은 모두 5명밖에 안 됐다”며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초 국회의원 6, 7명이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진 A단란주점은 임 의원 등이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된 단란주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되는 곳에 있다.

A단란주점 사장은 국감 향응 파문이 본보에 보도되기 전까지 “(22일) 국회의원 6, 7명을 포함한 10여 명이 여자 종업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대전=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의원 5, 6명 술자리” → “3명만 마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인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25일 피감기관이 낸 돈으로 술을 마시는 등 향응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본보가 관련 의혹을 보도하기 전인 25일 오후 본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5, 6명이 (식당) 근처 노래방에 갔었고 우리끼리 양주 한 병 시켜서 마셨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란주점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노래방이었으며 2층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하지만 임 의원은 본보가 이 사건을 보도한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과는 사뭇 다른 해명을 했다. 그는 △한나라당 김태환, 국민중심당 류근찬 의원과 술집에 갔고 △피감기관장 5, 6명이 어떻게 알고 술집으로 왔으며 △술집은 허름했고 3층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 의원은 △양주 한 병, 과일 안주, 맥주 5병 등 약 20만 원어치를 시켰고 △피감기관장들이 오자 류 의원이 “피감기관과 술 먹으면 안 된다”고 해 (폭탄주를) 반 잔으로 만들어 다 같이 마시고 나왔으며 △피감기관이 차를 대기시켜 (숙소인) 호텔까지 데려다 줬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임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그 술집은 원래 여종업원이 없는 술집이었는데 (누군가) 전화로 (접대부를) 부르는 것 같았고 (접대부가) 3명이 있었다”며 당시 접대부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 함께 참석했던 같은 당의 한 의원은 25일 밤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그날(22일) 국감을 마친 뒤 서울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 올라왔는데 다음 날(23일) 들어보니 의원이 포함된 6, 7명이 술자리를 3차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명은 얼굴이 부어 있더라”고 말했다.

또 “피감기관장 5, 6명이 어떻게 알고 술집으로 왔다”는 임 위원장의 해명과는 달리 피감기관들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당시 술자리는 의원 측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코 피감기관 측에서 먼저 술자리를 제공한 게 아니다”라며 “과기부의 고위급 간부인 P 씨 등이 의원들의 술자리에 합석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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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전 국감 분위기는

국정감사 후 술자리 향응 파문을 일으킨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22일 국감은 대전 유성구 과학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열렸다.

감사 대상은 대덕특구지원본부, 기초기술연구회,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7개 기관.

이날 국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여 동안 열렸다. 기관당 평균 50여 분씩 의원들의 질의를 받은 셈이다.

참석 의원은 한나라당 임인배(위원장) 김태환 김영선 김희정 서상기 심재엽 박성범 신상진 의원, 대통합민주신당 유승희 강성종 변재일 유시민 이종걸 홍창선 염동연 김근태 의원, 국민중심당 류근찬 의원 등 17명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의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박형준 의원은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다.

술자리 향응 파문으로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이날 국감 자체는 상당히 진지하고 날카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근찬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구소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직원들의 대우가 가장 좋은 데도 대학 등으로의 박사급 연구원 이직이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의원은 이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감에서 KIST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설립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KIST가 내년부터 2012년까지 총사업비 1980억 원을 투입해 전북 완주군에 설립할 예정인 전북 분원이 설립 협조요청 공문이 접수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추진되는 등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해 KIST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강성종 의원은 “(과학기술부 산하) 26개 출연연구소의 비정규직이 전체 직원 1만2846명의 33.1%인 4081명에 이르고 이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15%에 이르고 있다”며 “비정규직을 줄여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상기 의원은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최근 억대 연봉자 1000명 시대를 열자고 했지만 과학기술 출연기관장들의 연봉은 여전히 1억 원대에 머물고 있고 전체 9773명의 연구원 중 1억 원대 연봉자(인센티브 포함)는 623명으로 6.3%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신(神)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산업은행 전체 직원의 16.9%가 1억 원 이상 연봉을 받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낮은 처우로는 우수 연구인력 유출과 이공계 기피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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