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정상회담 후속조치 美도움 절실’ 판단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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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盧대통령, 자이툰 주둔 연장결정 배경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발표한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한미 공조의 유지가 긴요하다”며 이번 결정이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한미 공조’라는 표현을 4차례나 썼다.

정부는 연내 불능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필수이며, 평화 정착이 곧 국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흥미로운 것은 노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한미동맹 자체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기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의 성격으로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의 긍정적 기류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상황 등을 거론하면서 “이 모두가 미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일이며,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간의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007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가 차질 없이 추진돼 임기 내 일정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바람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2개성공단 개발이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등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을 실현하려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북-미관계 정상화 조치가 필요하다.

9월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이툰부대의 주둔 연장을 요청했고, 노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협정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공동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양 정상 간 ‘빅딜’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여론의 반발뿐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의 파병 연장 반대로 국회의 동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미 공조’와 ‘국익’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가치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며 파병 연장 방침을 밝힌 것에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파병 연장이 결의되면 좋지만 만에 하나 국회에서 부결된다 하더라도 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임무종결계획안 보고=정부의 파병 연장 결정에 따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23일 1200여 명인 자이툰부대의 주둔 병력을 올해 말까지 절반 수준인 600여 명으로 줄이고 내년 말까지 완전 철수하는 내용의 임무종결계획안을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김 장관은 이날 해군본부 국정감사가 열린 충남 계룡대를 찾아 국회 국방위 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대통합민주신당 김성곤 의원은 “국방부에서 이달 말이나 11월 초 파병연장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며 “생각이 다른 의원도 많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파병연장동의안은 해당 상임위인 국방위에 이어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찬성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의 의석수가 각각 150석 안팎으로 비슷해 동의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질 경우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부결되거나 연말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이툰부대는 철수하게 된다.

한편 송봉헌 국방부 국제협력관은 “올해 안으로 주둔 병력 600여 명을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세부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연장 결정 환영… 동의안 국회 통과되길”▼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 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힌 데 대해 군은 다행이라고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병 연장 동의안 국회 통과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그동안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함구했지만 군 내부에서는 “자이툰부대가 현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만큼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박흥렬 육군참모총장은 22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자이툰부대 파병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1년 더 나가자, 그런 의견이 많다”며 “파병 목적이나 성과, 작전능력 향상, 국제적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군복을 입은 시각에서는 파병 연장을 바라고 있다”고 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재향군인회(향군)는 23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향군은 “이라크 내 치안 유지 기능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자이툰부대의 파병 목적인 이라크 국민에 대한 구호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이툰부대가 철수하는 것은 국제적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정부의 연장 조치는 당연하며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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