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측 “판 깨고 친노신당 만들려는 음모”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鄭캠프, 서울경찰청 항의 방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양형일(오른쪽) 이상경 의원 등이 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어청수 서울경찰청장(등이 보이는 사람)에게 전날 정 전 의장 선거 캠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鄭캠프, 서울경찰청 항의 방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양형일(오른쪽) 이상경 의원 등이 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어청수 서울경찰청장(등이 보이는 사람)에게 전날 정 전 의장 선거 캠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의 한 핵심 의원은 7일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도저히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 대선후보 경선 파행이 표면적으로는 정 전 의장 측의 노무현 대통령 명의 도용 사건을 계기로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이 ‘부정·불법 선거운동’의 시정을 요구하는 형국이지만 내용상 이 전 총리와 정 전 의장 중 한 명이 쓰러지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치킨게임’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사활 건 ‘대세론’ 고수 vs ‘친노 집결’ 승부수? =정 전 의장은 이날 “독재정권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전날 경찰의 캠프 사무실 압수수색 시도에 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 측은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이 공권력을 이용해 ‘정동영 죽이기’를 하려 한다”며 이 전 총리를 겨냥했다.

이강래 공동선대본부장은 “이것이 좌절되면 당을 깨고 새로운 친노 신당을 창당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촬영 : 이종승 기자

이 같은 비난에는 정 전 의장을 이 전 총리와 공권력에 ‘박해받는 자’로 묘사하고, 친노 세력은 경선 판과 당을 깰 세력으로 몰아붙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전 총리 측이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생기면 ‘정동영 대세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이 전 총리 측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친노 진영 외곽단체 회원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개최한 ‘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토론회’는 정 전 의장 규탄대회를 방불케 했다. 유기홍 의원은 “독재정권 때도 없었던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고, 선병렬 의원은 “3·15부정선거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고 정 전 의장 측을 겨냥했다.

이날 당내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 측이 대토론회에서 정 전 의장을 유례없이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함께 못할 사람’으로 규정하자 ‘친노 신당 창당을 위한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무도한 저 불법 세력에 이 경선을 내주고 만다면, 그래서 ‘요괴’가 판치게 만든다면 우리는 비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시민 선거대책위원장은 “정 전 의장은 민주세력의 역사적 정통성에 금이 갈 정도로 불법 부당한 방법, 거짓된 과정을 거쳐 경선에 임해 왔다”고 비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코엑스와 경기 시흥 일대에서 모바일(휴대전화) 투표 선거인단 가두 모집에 나섰다.

현재 누적순위 1위인 정 전 의장과의 표차가 1만3000여 표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20만여 명이 참여할 모바일 투표에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손 전 지사 측은 이날도 정 전 의장 측의 도덕성 문제를 공박하는 선거인단 이중등록 문제를 거론했다.


촬영 : 이종승 기자

▽14일 ‘원샷 경선’ 치러질까=이 전 총리 측 김형주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캠프)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 캠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경선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곧 정정 브리핑을 했고, 이날 저녁 캠프회의에서도 14일 원샷 경선 참여 방침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내부의 강경 기류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손 전 지사 측은 경선 일정을 연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손 전 지사 측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정 전 의장 측은) 조속히 경찰 수사에 협조해 국면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빨리 사태를 수습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 측도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명광 공동선대본부장은 “일정 연기는 말이 안 된다. 쿠데타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14일로 예정된 ‘원샷 경선’과 관련해 “(주자 간 극단적 대결에도 불구하고) 이제 당이 더 물러설 곳은 없다. 단 한 사람이 남더라도 예정대로 치른다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전 의장 캠프에 대한 경찰 수사와 당 차원의 선거인단 조사 결과에 따라 예측 불허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당내의 관측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