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李 “경선일정 1주 중단” 삐걱거리던 신당 경선 결국은 파행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긴급 회동했다. 두 사람은 이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의 불법 동원 경선을 이유로 경선 일정을 1주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전영한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왼쪽)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일 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긴급 회동했다. 두 사람은 이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의 불법 동원 경선을 이유로 경선 일정을 1주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전영한 기자
《불법 선거운동 폭로전으로 변질돼 온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파행 위기에 처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1일 심야 회동에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 인사의 노무현 대통령 명의 도용 등 불법 동원 조직 선거를 이유로 경선 일정 1주일 중단과 시정조치 마련을 당 지도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당 중진들도 두 후보의 요구에 동조함에 따라 경선 일정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조직 동원 선거 논란과 관련해 경선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 등이 지도부 일각에서 제기됐다”며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선 잠정 중단 여부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 중진들도 동조… 최고위서 오늘 결정

孫-李측 “선거도 아니다” 불복카드도 논의

정동영측 “손학규-이해찬측도 불법” 맞불

이번 주 경선 일정은 2일 전북, 3일 인천, 5일 경기 지역 합동연설회와 6일 대전 충남 전북 경선 투·개표, 7일 경기 인천 경선 투·개표 등이 예정돼 있으나, 경선 일정이 중단될 경우 전체 일정이 순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정 전 의장은 유감 표명과 사과를 하면서도 캠프 관계자들을 통해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쏟아 내며 ‘맞불작전’을 펴고 나서 동원 경선 갈등은 주자들 간의 극한 대결과 당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선 불복까지 가나=이날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는 대전 배재대에서 열린 대전·충남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경선 일정 연기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급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경선 캠프로 돌아왔다.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는 이날 밤 만나 일단 경선 일정 연기를 통해 당 지도부가 정 전 의장 측의 불법 선거운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정 전 의장 측 대변인 노웅래 의원은 “경기 도중에 갑자기 경기를 중단하자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느냐”며 경선 일정 연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촬영:전영한 기자

정 전 의장 측은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이 ‘정동영 대세론’에 제동을 걸기 위해 경선 연기 주장을 펴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전 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낮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을 동원하는 기술과 역량에서 게임이 안 된다. 저런 정도로 하기 시작하면 선거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경선 자체를 정상적인 경선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캠프 내에선 경선 연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경선 불복 카드’의 효용성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이해찬, 정동영 난타=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은 정 전 의장 지지자인 서울 종로구의원 정인훈(45·여) 씨가 노무현 대통령 명의를 도용해 선거인단 허위 등록을 한 것은 정 전 의장 측이 조직을 동원해 수많은 허위 등록을 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촬영:김동주 기자


촬영:이종승 기자

또 손 전 지사 측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경선 투표가 있었던 부산 지역에서 조직적인 투표인단 동원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의원은 “오후 4시경 부산 금정구의 한 학원에서 정 전 의장 지지자인 중년 여성 4명이 선거인단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장으로 갈 차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현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중년 여성들이 선거인단에 대한 차량 제공 현황 등을 메모한 기록 등을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경찰은 이 자료를 입수해 수사 중이다.

또 이 전 총리 측 대변인 김형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 전 의장 지지자들이 당의 방침을 어기고 콜센터를 이용해 휴대전화를 사용한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대리등록을 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또 충북 지역 경선에서 정 전 의장 측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증평 음성 진천군의 군수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사람을 보내 지원을 요청한 증거라며, 이들 군수가 정책간담회 등에서 한 얘기나 국회의원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해 푼 녹취록을 공개했다.

▽정동영의 반격=정 전 의장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경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를 겨냥해 “자신들이 하면 ‘카풀 동원’이고 정동영이 하면 차량 동원이라는 식의 공정하지 못한 잣대로는 아름다운 경선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촬영:김동주 기자

자신의 지지자인 정인훈 씨의 노 대통령 명의 도용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선거인단에 대한 차량 동원 등의 의혹 제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 전 의장 측은 정 씨가 ‘정동영 선대위 여성선대위 서울 사무총장’ 직함이 찍힌 명함을 사용한 데 대해 “캠프의 실무자들이 간혹 선거운동을 돕는 사람들에게 그런 명함을 찍어주는 경우가 있다. 정식 직제엔 여성선대위 사무총장이란 직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정 전 의장 측 대변인 노웅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전 지사 측이 9월 7∼10일 경기 군포시의 한 호텔 방을 빌려 36명을 동원해 1인당 일당을 5만 원씩 주고 불법으로 선거인단 대리등록 작업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또 “이 전 총리 측도 선거인단을 투표장으로 태워 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차량을 동원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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