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겉으론 큰소리 치지만…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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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20일 범여권 각 정당 및 대선주자 진영은 한목소리로 ‘국민 검증’을 외쳤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도곡동 땅’ 차명 보유 논란 등 이 후보의 각종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재검증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선주자들, “내가 이명박 ‘킬러’”=범여권 각 대선주자 진영은 이날 이 후보에 대해 ‘우리가 원하던 상대’라고 입을 모았다. 각 주자 모두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향후 범여권 경선 구도는 대선주자 간 견제보다 누가 이명박에 맞설 수 있나에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이 후보와 확실한 ‘각’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 측 전병헌 의원은 “경제대통령을 주장하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일 때 손 전 지사는 경기지사로서 일자리 창출, 외자 유치 등 월등한 경제성적표를 냈다”며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점까지 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대선은 개성공단 후보와 청계천 후보, 대륙철도 후보와 대운하 후보 간의 한판 승부”라고 말했다. ‘평화 대 냉전’, ‘미래 대 과거’ 구도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측은 박 전 대표의 패배로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리 측은 “이 전 총리가 땅 투기 같은 의혹이 없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며 국정운영 능력에서도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측은 “부패한 남성 대 깨끗한 여성이라는 구도가 된다”며 “통일과 대륙 경제를 지향하는 후보가 한 전 총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범여권 대항마가 정해질 때까지는 최고 5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에 반해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20%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을 나눠 갖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선거의 조류, 바람, 기술이 모두 (범여권과) 반대여서 이기기 어렵다”며 “그래도 해보려고 노력이나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폴컴 이경헌 이사도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율의 한계와 후보 난립으로 범여권 내 경선은 한동안 주목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범여권 ‘이 후보, 국민 검증 버틸까’=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듯 한나라당 내 검증은 엉터리였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한나라당의 검증은 연습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 우상호 대변인은 “국민을 상대로 한 국민의 검증이 시작됐다”며 “국민은 한나라당 울타리를 넘어서 21세기 미래를 이끌어갈 대통령감인지 재볼 것”이라고 했고, 정 전 의장 측 김현미 대변인은 “이 후보의 도덕성은 장관 인사청문회도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임이 이번 경선을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이 후보가 가장 유력한 후보이니만큼 경선 과정에서 나온 의혹 등이 본선에서 쟁점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리를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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