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TF서 이명박 뒷조사” 시인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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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58) 씨 부동산에 관해 뒷조사를 했음을 13일 시인했다.

국정원은 이날 5급 직원 K 씨가 김 씨의 부동산 기록을 조회했다는 본보 보도(13일자 A1면)와 관련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자료 열람은 정상적인 업무수행 행위로 절대 외부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의 발표에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 많아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A3·4·5·6면에 관련기사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K 씨는 2004년 5월부터 ‘부패척결 TF’에 소속돼 ‘수도권 공직자 부동산 투기 사례’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이 전 시장 부동산의 차명 은닉 첩보를 입수해 직속 과장에게 보고한 뒤 지난해 8월 행정자치부에 자료 열람을 신청해 김 씨의 부동산 소유 자료를 입수했다는 것.

국정원은 “이 직원은 열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차명 은닉 등 핵심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행자부로부터 지원받은 자료도 상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유출하지 않은 채 전량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부패척결 TF’가 ‘수도권 공직자 부동산 투기 사례’를 조사했다고 했으나 김 씨의 자료를 열람한 지난해 8월은 이 전 시장의 임기(지난해 6월 30일까지)가 끝나 시장에서 물러난 때였다.

국정원 직원이 의혹의 대상으로 삼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동산의 실체도 명확하지 않다. 이 전 시장 소유의 서초동 법조타운 부동산을 말하는 것이라면 공직자 재산공개를 실은 관보나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만 떼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을 굳이 행자부에 자료 열람까지 신청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서초동 부동산의 명의인이 이 전 시장의 처남이거나 측근이라는 첩보를 받았다’면서 이 전 시장 본인이나 다른 측근들은 제외한 채 김 씨의 자료만 열람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또 중앙부처 차관급 공무원 등 고위 공직자, 기초단체장 등의 비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온 ‘부패척결 TF’가 420여 건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 전 시장 외에 다른 대선주자나 정치인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K 씨가 직속 과장으로부터 ‘예민한 사안이므로 무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도 자료 폐기 때는 과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K 씨가 열람한 자료 등에 관해 당시 국내담당 2차장이던 이상업 씨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를 내부 감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전 시장 명예훼손 고소 및 국가기관의 정보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번 주 안에 국정원 직원 K 씨를 소환해 열람 경위와 외부 유출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자료 열람에 대해 “국기(國基)를 흔드는 일”이라며 김만복 원장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李캠프 “이명박 TF서 X파일 작성”

국정원 “부패척결 TF 가동 중일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13일 “국가정보원이 김승규 원장 재임 때인 2005년 3월 정권 실세와 인척 관계였던 L 차장 밑에 ‘이명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명박 X파일’을 작성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13일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2004년 5월부터 ‘부패척결 TF’를 가동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이명박 TF’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두 TF의 활동시점과 이 전 시장 주변을 조사한 점으로 볼 때 두 TF 간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이 주장하는 ‘이명박 TF’의 활동 시기는 2005년 3∼9월로, 국정원의 ‘부패척결 TF’가 활동하기 시작한 2004년 5월 이후와 시기가 겹친다.

이 전 시장의 명예훼손 사건 및 국가기관 정보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3일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8시간 이상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1985년 현대건설 측에서 사들여 1995년 포스코건설에 판 도곡동 땅의 매입자금(15억6000만 원) 출처와 매도자금(263억 원)의 사용처 등에 대한 자료를 김 씨에게서 제출받았고, 김 씨는 조사 직후 “내가 보유한 부동산은 이 전 시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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