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원 이명박 지지선언 “박근혜 저격수 역할 안할 것”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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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 사무실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 사무실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오랫동안 ‘박근혜의 입과 복심(腹心)’으로 통하던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1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전 시장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지금 필요한 후보는 나라 일을 당차게 해낼 경험 많은 일꾼”이라고 밝혔다.

본보는 이날 전 의원을 따로 만나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 전 시장 지지를 선언한 데 대해 의외라는 당내 반응도 있다.

“지금이 무슨 군주시대냐. 대변인으로 오래 박 전 대표를 모신 것과 이 선택은 별개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고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다. 이 명제에 이명박이 적임자라고 본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내가 최고위원으로 있을 때 ‘왜 우리를 돕지 않느냐. 이명박의 X맨이냐’고 하던데 그쪽에서 돌을 던지면 맞겠다. 난 그 돌로 정권교체라는 성(城)을 쌓겠다.”

―인간적 갈등은 없었나.

“인간적인 것에 휘둘리기에는 당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그런 감정은 사치다. 2005년 말까지 20개월 동안 대변인으로 박 전 대표를 ‘모시면서’ 최선을 다했고 그것으로 어느 정도 보답했다고 생각한다.”

전 의원은 “대변인 시절 박 전 대표를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수수한 옷을 입고 다녔다”고 말했다.


촬영: 이종승 기자

―박 전 대표를 공격할 것인가.

“내가 독한 말을 많이 했지만 주로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박 전 대표를 떠난 배경에는 최근 그쪽이 주도하는 네거티브 캠페인도 영향을 미쳤다. 집안 싸움은 싫다. 얼마 전 박 전 대표 측에서 ‘캠프의 입심이 부족하니 입 역할을 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나를 왜 그런 사람으로만 보는지 정나미가 떨어졌다. 박 전 대표의 저격수를 맡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 의원은 8일 이 전 시장을 만나 캠프 합류를 최종 결정했다.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미디어 관련 부위원장급 직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항간에는 내년 총선 공천 약속을 받고 지지 선언을 했다는 말도 있다.

“(쓴웃음을 지으며) 이 전 시장이 하도 몰리기에 ‘라이언 일병 구하기’ 심정으로 결정한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 지면 난 곧장 정계 은퇴한다.”

그는 “이 전 시장 지지를 놓고 주변에서 하도 말이 많아 자녀 2명은 며칠 전 미국에 있는 지인에게 잠시 보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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