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최고위원회의 ‘중재안’ 충돌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코멘트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수용 거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선 룰’ 중재안 확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당내 저항이 만만치 않다.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대표의 중재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김학원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의장은 “합의 없는 중재안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재안은 당헌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당헌을 고치려면 상임전국위원회 발의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김 의장이 상임전국위에 중재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

▽상임전국위 상정 놓고 충돌=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장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표 대결로 가면 당 분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의장으로서 회의 소집은 하겠지만 두 주자 사이 합의가 없는 중재안은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재오 최고위원은 “전국위 의장이 먼저 안건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쯤 하고 전국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장기간 방치할 경우 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합의가) 안 되는 경우에는 표 대결로 판단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강두 중앙위의장은 “강 대표의 안이 위헌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제기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강 대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형오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반영 비율 산정 시) 비당원 투표율 하한선을 보장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 강 대표의 안을 조정한 후 전국위에 회부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강 대표 안에 대해 조정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 한다. 두 주자 사이에 거부 명분이 없어질 때까지 당 지도부가 설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논란 끝에 최고위원회는 중재안을 상임전국위에 넘기기로 의결했다.

강 대표는 이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선장은 풍랑이 불어도 배를 몰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선원끼리 싸운다고 배를 세울 수는 없다”면서 “중재안을 새로 절충할 뜻도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재안을 의결해서 15일 열릴 상임전국위로 보냈다”고 했다.

한편 홍준표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홍 의원의 절충안 주요 내용은 △선거인단을 경준위 안(20만 명) 또는 ‘강재섭 중재안(23만1652명)’의 2배 이상 확대 △경선 마감시기를 8월 19일에서 추석 직전인 9월 22일로 연기하는 것이다.

▽당헌상 규정된 상임전국위원장 권한 논란=김 의장의 상정 거부 방침에 따라 당헌에서 정한 의장의 권한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 의장은 “상정은 당헌이 부여한 의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태도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상정 여부가 의장의 전권사항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당직자는 “당헌 당규에 상정 여부가 의장의 전권이라는 규정은 없다”며 “당규를 보면 상임전국위 의안은 의장과 부의장단이 협의해 정하도록 돼 있고, 상임전국위 기능은 최고위원회가 회부한 사항을 처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촬영: 김동주 기자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