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새판짜기', 3∼4 갈래로 '핵분열' 가속화

  • 입력 2007년 4월 17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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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통합과 분열의 연쇄적 흐름 속에서 복잡한 새판짜기 국면을 맞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대선후보 중심 신당론'으로 통합논의의 주도권 선점에 나서고 이에 맞서 통합신당모임-민주당은 '소(小)통합' 협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진보·개혁 진영이 독자 세력화를 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각 정파가 '대통합'을 합창하고 있지만 실질적 논의의 흐름은 '핵분열'이 가속화되는 쪽이다.

이에 따라 범여권은 이념적 스펙트럼, 대선주자, 통합 방법론에 따라 여러 갈래로 '가지치기'될 것이란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당협상' 난기류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신당모임과 민주당은 17일 국회에서 2차 중도개혁 통합신당 추진협의회(중추협) 2차 회의를 갖고 신당 협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양측은 이번 회의에서 신당의 성격과 큰 틀의 정책기조를 담은 기본 정책합의서를 마련하고 통합 교섭단체 구성안과 창당 로드맵에 관한 합의점을 도출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원만한 합의가 나올 경우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소통합' 신당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내부기류를 들여다 보면 협상이 난항에 빠져들 공산이 커보인다.

무엇보다도 신당의 성격과 밑그림을 놓고 양측의 '간극'이 의외로 넓다. 전날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신당모임의 이강래 통합추진위원장을,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이 강봉균 의원과 각각 회동했으나 이견만 확인하는데 그쳤다는 후문이다.

신당모임은 '도로 민주당'식 신당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의 실질적 '해체' 또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상징적 조치를 보여야 통합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통합 교섭단체 또는 창당준비위원회 구성단계에서 소속 의원들이 탈당해야 한다는 게 모임의 주장이다.

신당모임은 그렇지 않을 경우 5월6일까지 독자적으로 창당 수순을 밟은 뒤 '당 대 당' 합당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대안 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쪽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특히 신당모임 발족을 주도한 김한길 의원 등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모임의 박상돈 의원은 "우리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는데, 민주당도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적어도 해체에 준하는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가 민주당에 백기 투항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실적으로 당 해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신당모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의 중심기반인 원외세력의 강경론 속에서 지도부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민주당은 50년의 역사와 정통성을 갖고 있고 전국조직과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정당인데, 단순히 국회의원 수가 적다고 탈당 또는 해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창당 방식을 둘러싼 대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산을 승계하는 형식의 '새천년 민주당' 방식을 주장하고 있으나 신당모임은 독자 창당 후 당 대 당 합당논의를 하는 수순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접점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양측 내부에서는 신당협상 자체가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중추협 논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던 국민중심당은 이날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평련.민생모임 통합 논의

김근태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열린우리당내 민주평화연대 소속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민생정치모임'과의 통합논의가 범여권 새판짜기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양측 모두 진보개혁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는 점에서 범여권 내의 '진보 블럭'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민평연과 민생정치모임은 이날 낮 국회내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낮은 수준'의 연대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민평연 소속 의원들이 탈당하는 형식을 취하기보다는 양측이 공동전선을 펴온 한미 FTA 등 정책사안을 중심으로 일종의 '정책연대'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근태 전의장은 이날 오전 '늦봄 문익환 목사 시비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발족모임에서 인사말을 통해 "양측 모두 한미 FTA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분들"이라며 "대통합 신당에서 노선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해, 통합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진보개혁진영의 연대 움직임에 따라 범여권이 이념적 스펙트럼과 대선주자, 통합 방법론 등에 따라 다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친노세력이 포진한 열린우리당, 민주당-신당모임의 '통합신당' 그룹, 진보개혁 그룹이 3대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열린우리당에서 추가로 이탈하는 세력이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세력화를 꾀할 경우 갈래는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기존 여권과 거리를 둔 채 독자 신당을 준비 중인 상황이고, 손학규 전 지사도 범여권 의원 10~20명과 함께 독자적 결사체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정대철 고문이나 일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연석회의' 형태의 초정파적 통합논의를 추동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미래포럼은 당 안팎의 주요 대선주자들을 초청하는 형식의 간담회를 구상 중이며, 실제로 지난주 김근태 전 의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외곽의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인 '창조한국미래구상'과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은 17일 오전 세실레스토랑에서 통합선언식을 가졌다. 이들은 빠르면 5월경 창준위 구성 작업에 착수, 진보 정당 창당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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