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식 선관위 사무총장 “흑색선전땐 과감히 들어가 조사할 것”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13일로 올해 대통령선거가 2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실무관리를 책임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영식(사진) 사무총장을 12일 경기 과천시 선관위 청사에서 만났다. 강원 강릉 출신인 조 사무총장은 중앙선관위에서 8개나 되는 과장 보직을 거치고 공보관, 선거국장, 선거실장 등 요직을 지낸 ‘선거 행정의 달인’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장관급인 선관위 사무총장은 공직선거를 비롯해 선관위가 관장하는 모든 선거 실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선관위 사무처의 수장.》

조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이번에 정부의 개헌 홍보활동은 선거법의 시선에서 보면 분명히 사전운동”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뷰 말미에 “4·25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일부 지역에서 혼탁 가능성이 있다.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것을 꼭 보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근 모친상을 당하는 등 개인적인 아픔을 겪기도 했던 그는 선거비용제한액 공고일을 맞아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밑에서는 벌써 국회의원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이 연달아 있는데….

“이번 대선과 총선이 지금까지 헌정 60년사에서 공명선거의 마지막 결실을 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가장 우려되는 점은….

“선거에 임박해서 상대 후보자가 변명하거나 해명할 기회도 없이 비방·흑색선전을 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그런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가장 치졸한 선거방법이다. 선관위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과감히 들어가 진위를 밝히겠다. 허위 사실을 발표한 쪽은 해당된 처벌을 받아야 하겠고, 국민이 판단을 잘못하지 않도록 하는 데 특히 중점을 두겠다. 우리 선거에서 뿌리 뽑아야 하는, 마지막으로 남은 부분이다.”

―선거 전에 정비돼야 하는 법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에 종합적인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특히 선거법 분야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 부분을 많이 자유화해 줘야 한다. 사실 현행법이 인터넷 선거운동을 엄하게 단속하고 처벌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손을 댈 수가 없는 부분이 많다.”

―선거 환경도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주목하는 부분은….

“인터넷에서의 선거운동, 당내 경선이 사전선거운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 각종 포럼이나 연구소를 비롯한 이익집단의 활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겉으로 보면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밑에서는 벌써 국회의원 선거가 같이 흘러가고 있다. 이걸 같이 봐야 한다.”

○한나라당 검증 공방, 아직은 선거법 위반까지는 안 가

―현재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검증 공방’은 어떻게 생각하나.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을 때 관여할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서로 간에 하는 발언은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간 것 같다.”

―예비 주자들이 이미 사무실을 차리고 지역 순회 행사를 벌이고 있다. 어디에서 그 돈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많다.

“주자들이 일단 강연료 수입이 있는 것 같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사비 부담이 있는 것 같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에는 국회의원 후원금도 있다. 과연 그 비용으로 전국을 돌며 쓸 수 있는가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데 지역에 가보면 실제로 상당수 참여자들이 자기 돈을 내고 있고, 캠프들도 굉장히 경비를 절감하려고 한다.”

―앞서 이익집단 이야기가 나왔는데, 부산시의사회가 최근 대대적인 정당 가입과 정치자금 지원 등 정치세력화를 선언했다.

“의사회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다. 다만 선거운동 기간에만 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나름의 의견을 모을 수도 있겠고, 후보자에게 합법적으로 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 불법선거운동이 될 수도 있으므로 법을 안내하도록 지시했다.”

○내년 총선 전자선거 힘들 듯

―정부의 개헌 홍보가 사전투표운동이 아니라는 선관위 결정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행 국민투표법은 1989년에 만들어진 뒤 한 번도 개정이 안 됐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법 감정과 법 상식에 안 맞는 ‘구법(舊法)’이 됐다. 이번에 정부의 개헌 홍보활동은 선거법의 시선에서 보면 분명히 사전운동이다. 그런데 국민투표법을 갖고 봐야 한다. 규제나 제재를 하려면 법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국민투표법은 입법 미비랄까, 법을 만들 당시에는 (사전운동을)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어서 이 법으로는 단속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국민투표가 치러지든 안 치러지든 법은 꼭 정비해야 한다.”

―전자선거 전문가로 알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전자선거 실시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터치스크린 시범투표기 1992대를 만들어 크고 작은 위탁선거에서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57만 명이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체험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사용하려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 여러 여건을 감안해 볼 때 내년 총선 도입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2010년 이후 공직선거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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