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정당’ 국민과 약속… 3년여만에 무책임 파기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심각노무현 대통령이 6일 개헌특별위원회 위원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인사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심각
노무현 대통령이 6일 개헌특별위원회 위원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인사말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2003년 9월 20일 김근태 원내대표를 앞세운 ‘국민통합신당’이 국회에 원내 교섭단체를 등록했다. 민주당 분당의 시작이요, 열린우리당 창당의 전초였다.

그로부터 3년 5개월, 2004년 1월 11일 열린우리당 창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하면 3년 1개월 만에 열린우리당이 분당사태를 맞았다.

▽스스로 무너진 원내 제1당=열린우리당은 2003년 9월 교섭단체 등록 당시 소속의원은 43명이었으나 대통령 탄핵풍 속에 치른 17대 총선을 통해 원내 과반수인 152석을 차지하며 원내 제1당이 됐다. 정동영 당시 의장은 총선 직후 “앞으로 20∼30년은 집권하고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정리 및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논란을 불렀고 결국 당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다. 2005년 4월 이후 실시된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40 대 0’의 참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는 16개 광역단체장 중 전북지사 1곳만을 얻는 데 그치자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정당으로서의 존립 의미를 상실했다는 자탄까지 나왔다.

▽“창당 때와 달라진 게 없는데”=열린우리당은 창당 강령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밝혔다. 3년여 후인 6일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은 탈당 성명서에서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미래 선진 한국 건설의 뜻을 같이하는 중도개혁세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당 창당 때와 지향점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집단 탈당을 결행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심판받지 않겠다’는 책임 회피가 탈당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6일 탈당한 의원들 중에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로 당을 이끈 이들도 있다. 이를 두고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당의 지도적 역할을 하던 이들이 탈당한다고 해서 열린우리당과 아무 상관 없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어수영 명예교수는 “탈당파의 명분은 ‘미안하다’, ‘열린우리당으로는 안 된다’가 전부”라며 “명분이 미약하다.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중도 실용주의자의 패퇴?=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이날 집단 탈당한 의원 23명 대부분이 당내에서 ‘중도 실용 그룹’으로 분류된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정통부 차관을 지낸 변재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근식 의원 등은 열린우리당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들이 구성할 새 원내교섭단체의 경제정책은 열린우리당과 비슷한 중도 진보 성향으로, 외교·안보 정책은 중도보수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당분간 원내교섭단체로 머물며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외곽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추진하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최대한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유선호, 김태홍 의원이 이번 주 탈당을 계획하고 있는 등 탈당 행렬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제세, 홍제형, 이시종, 박병석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도 이르면 설 전후에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통합 수임기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에는 또다시 집단 탈당 사태가 생길 수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탈당의원 ‘제3의 교섭단체’ 만들면

국회 의사일정 협의-상임위 배정 등 권한

신당 창당땐 분기마다 13억 국고 보조금

6일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의원들은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초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이어 ‘제3의 교섭단체’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교섭단체란 국회의 각종 의사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만든 의원 단체. 대체로 한 정당의 의원들로 구성되며 20명 이상의 의원이 있어야 한다.

본회의장의 좌석 배치, 의사일정, 상임위 위원 배정, 본회의 자유발언자 수와 순서,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 선출 등은 모두 교섭단체 중심으로 처리된다.

특히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비교섭단체보다 월등히 많은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이번에 탈당한 의원들은 신당을 창당하면 분기마다 13억 원가량의 국고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는 현재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분기마다 받는 국고보조금 5억여 원의 두 배 이상.

이 경우 열린우리당이 분기마다 받는 국고보조금은 현재 29억여 원에서 21억여 원으로, 한나라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은 28억여 원에서 22억여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 구성 여부, 의석수, 총선 득표율 등을 기준으로 각 정당에 차등 배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을 창당하려면 최소한 5곳에서 시도당을 만들고 각각의 시도당에서 당원을 1000명 이상 모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어 첫 국고보조금 지급일인 15일까지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이 신당을 창당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에 지급된다. 탈당 의원들이 국고보조금을 받으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 등록을 마쳐야 하며, 창당 준비 단계에서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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