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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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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 대통령의 주장은 점차 대선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한 정치 상황과 경제 안보 문제 등 국가 현안이 산적한 현실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정치학자와 야당도 노 대통령의 발언에 논리적 정치(精緻)함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개헌 제안, 정략 아니다”=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9일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의한 것에 대해 “정략이 아니라 오랫동안의 소신”이라며 “정략이라면 나한테 이익도 좀 있어야 할 텐데 대통령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과연 뭐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노 대통령은 “개헌하고 여당의 재집권하고는 아무런 논리적 관계가 없다”면서 “저하고도 관계가 없지만 여당에 뭐가 유리하냐. 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중빈 국민대 교수는 “정략은 해석의 문제”라며 “남들이 안 되는 시점이라고 말하고, 다른 동기가 있다고 의심하고, 실제 상황도 부적절한데 어떻게 정략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의도가 순수하니 믿어 달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대통령이 개헌 발의권이 있다고 해도 남은 임기와 현재 지지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개헌 발의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개헌하면 국정 안정?=노 대통령은 “개헌이 여소야대를 최소로 줄일 수 있고, 정부 권력과 국회 권력이 분열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제도라는 설명을 구구하게 하지 않았다”면서 “(개헌을 하면) 선거 횟수도 줄일 수 있다. 선거가 너무 많아서 국정 운영이 굉장히 많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할 경우 대선에서 이기는 정당이 총선에서도 승리하기 쉬운 현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여대야소가 되면 국회의 견제기능이 약해져 오히려 권력의 독재화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이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하겠다면 왜 연임제 개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혼자 개헌해야 한다면 누가 동의할 수 있겠나”라며 “정치권도 시민사회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작업에 실패하면 다음에는 개헌을 아무리 의제화해도 개헌이 성립될 수가 없다. 후보들이 백번 공약해도 소용없다”고 말한 것도 일방적 주장이다.
올해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은 4.5개월의 시차가 있고,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은 7.5개월 시차가 있는데도 이번이 아니면 선거 시기를 일치시킬 수 없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은 “개헌은 새 시대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권력 구조와 임기, 정치 경제 영토 등 전반적인 문제에 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해야 한다. 일본은 개헌 공론화에만 수년이 걸렸다”며 원포인트 개헌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주도권 잡기 아니다”=노 대통령은 “이번 개헌은 중요하다. 중요한 내용적 개헌을 계속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개헌을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그래서 개헌을 하자는 것이지, 말년에 주도권 잡으면 얼마나 잡고 놓으면 얼마나 놓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주도권이라는 것이 쉽게 개헌이 통과됐다고, (혹은) 안 됐다고, 개헌 의제를 냈다고, (혹은) 안 냈다고 (해서) 그것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나는 어쭙잖은 것을 해도 상대방이 형편없는 악수(惡手)를 두면 자연스럽게 주도권이 오는 것이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대방이 더 좋은 수를 두면 절대로 내가 주도권을 못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어젠다인 개헌을 불쑥 제기해 몇 개월 동안 진행될 개헌 정국을 조성하고도 이를 주도권 행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의 합의 없이 개헌을 제안하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책임을 끊임없이 추궁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민생 현안을 제쳐 두고 유독 개헌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은 그의 정치적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그래서 어느 의미에서든 정략과 무관할 수 없는 일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대통령 “대선 중립선언 무슨 필요 있겠나”
전문가 “국민에게 중립의지 약속할 필요”
노무현 대통령은 법적으로 대통령은 선거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는 만큼 올해 대선에서 중립 선언을 별도로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 신문사 편집국장이 “대선후보 경선이나 대선 과정에서 엄정 중립 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용의는 없는가”라고 묻자 “(중립) 선언을 안 하고 가는 게 오히려 진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대통령은 법적으로 선거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대통령의 선언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으며 “하루하루의 국정과 개헌까지 대선용으로 되어 있는 마당에 아무 말 안 하고 법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장훈 교수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중립 선언과 언론, 국민이 생각하는 중립 선언이 다른 것 같다”며 “대통령의 중립 선언은 국민이 대통령의 선거 관련 중립 의지에 대한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연두회견에서 “남은 임기 동안 정치와 선거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해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고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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