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의원들, 공천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구태 깨겠다”

  • 입력 2006년 12월 20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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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
원희룡 의원
“‘줄 세우기’ 압력은 상상 이상이다. 매번 의원들에게 사람을 보내 자기 진영으로 부르고,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를 모으고…. 그런 구태를 깨기 위해 깃발을 들었다.”

내년 대선을 위한 당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19일 당의 ‘줄 세우기·사당화’ 같은 구태 정치를 청산하고, 민생을 살리는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중산·서민층 근로소득세 폐지’ 공약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그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한나라당의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며 당에 칼을 들이댔다.

원 의원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을 ‘공격수’에 빗대며 “보수 일변도로 가려는 한나라당의 큰 흐름이 주요 공격 대상으로 최종 목표는 대선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은 ‘2008년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해 누구에게 줄을 설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당이 사라져서 다음 공천을 받지 못할까봐’ 고민하느라 잠을 못 이룬다”며 “민생 걱정이 아닌 자리보전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번뇌’의 밤을 보내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원 의원은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박근혜’와 각을 세웠다. 그는 “‘이명박·박근혜’와는 서민과 젊은 층을 바라보는 기본 노선이 다르다”며 “그들은 뻔히 알면서도 확실한 지지층을 거스르는 주장을 못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것이지만 당파성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것에 대해 과감하게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지향하는 바가 같지만, 좀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그는 “손 전 지사는 원론적인 방향성만 제시했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막연히 세월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은 “근로소득세 폐지는 맛보기”라며 “그 외에도 혁신적인 정책들을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주택, 청년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부동산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우선 공급을 늘려야 한다. 참여정부는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늘린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 근본 문제는 ‘땅값’”이라며 판교 신도시 개발을 예로 들었다.

그는 “주택·토지공사는 판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땅값’을 가지고 수조원대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이들 공사는 공공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땅값 받은 걸 경영실적으로 올려 경영혁신대상을 받는 공기업은 없어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다음은 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원 의원께서는 이번 경선 출마를 두고 “외롭게 가는 길”이라고 자평했다. 외로우리라는 걸 알면서 왜 굳이 그 길을 가려 하나.

“국민에게 제시하고픈 ‘꿈’과 ‘해법’이 있기 때문이다. 서민과 젊은 세대의 꿈을 이루게 할 강렬하고도 순도 높은 정책을 제시할 주자가 필요하다는 사명감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

-현재 당내에는 ‘이명박·박근혜·손학규’, 이른바 ‘빅3’가 있다. 그들은 서민과 젊은층을 대변해 주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명박·박근혜’와는 서민과 젊은 층을 바라보는 기본 노선이 다르다. 그들은 뻔히 알면서도 확실한 지지층을 거스르는 주장을 못한다. 난 중소기업·하청업체의 고혈을 빨아먹는 대기업의 귀족노조와는 확실히 각을 세워 싸울 거다. 할 말은 할 거다. 손 지사와는 큰 틀에서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 그분이 혼자서 외로이 싸우다 보니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추가공격수’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손 전 지사와 힘을 합쳐야 하는 거 아닌가.

“지지 선언을 한다고 해도 (손 지사의) 지지율은 안 올라갈 것이다. 그분과는 ‘협력적 발전’을 위한 경쟁 관계다.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해야 활력도 있고 서로 발전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손 지사를 띄우는 게 목표인가.

“그건 아니다. 손 지사는 원론적인 방향성만 제시했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합리적인 중간층에 속해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전문 역량이 뒷받침된 실질적인 개혁을 원한다. 구체적인 정책이 없으면 ‘합리적인 개혁을 지향하는 잠재적인 지지층’을 폭발시킬 수 없다. 그들을 흔들어 깨워 고착돼 있는 지지율을 불출시키는 게 목표다. 손 지사도 막연히 세월을 기다릴 게 아니라 분발해야 한다.”

-‘잠재적인 지지층’은 어느 정도 되리라 보나.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보수층이 각각 30퍼센트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중도다. 10퍼센트 정도는 정치 무관심으로 봤을 때 적어도 30퍼센트는 된다. 중도는 적극적인 이념이 아니다. 그들은 ‘합리적인 개혁세력’으로 엉터리 진보와 기득권에 얽매이는 보수를 싫어한다.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갈 주체가 나온다면 지지할 거다.”

-원 의원은 스스로를 ‘추가공격수’에 빗댔는데, 공격 대상은 어딘가.

“보수 일변도로 가려는 한나라당의 큰 흐름에 대한 공격이자 국민에게 멋진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다짐이다. 특정인물에 대한 공격은 하지는 않을 거다.”

-서민·중산층의 근로소득세를 폐지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놨다.

“문제제기만 한 거다. 선거운동 기간 정식으로 토론을 하자는 거다. 연봉 4천만 원 이하 근로자의 소득세를 폐지해도 5조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종부세·누진세 인상하고, 정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효율성을 높이면 임기 내 4천만 원 근로자까지는 소득세 폐지가 가능하다.”

-당내 반응은 어떤가.

“한나라당이 지향하는 것은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이다. 나도 찬성한다. 그러나 서민들 세금을 깎아줘야지 왜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자는 말이냐. 이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부딪히겠다. 부의 창출은 보호하되 부의 흡수에 대해서는 부담을 지워야 한다.”

-다른 파격적인 공약도 준비하고 있나.

“교육, 주택, 청년 일자리 등에 대해 참신하고 혁신적인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검토가 끝나면 공약으로 내놓겠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지만 당파성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는 것에 대해 과감하게 방향을 제시하겠다.”

“땅값 받은 걸 경영실적으로 올리는 ‘토공·주공’ 없애야”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나.

“부동산은 ‘시중자금’, ‘공급정책’, ‘가격을 올려서 투기적인 이익을 거두려는 건설업계 관행’이 맞물려 있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공급을 늘려야 한다. 참여정부는 공공주택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늘린 게 없다. 민간 부분은 시장원리에 맡기고, 정부는 공공부분 주택을 늘려야 한다. 이보다 더 근본 문제는 ‘땅값’이다. 주택·토지공사는 ‘땅값’을 가지고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들 공사는 공공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이윤은 제로 내지 조직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비만 내도록 해야 한다. 땅값 받은 걸 경영 실적으로 올려 경영혁신대상을 받는 공기업은 없어져야 한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시 판치는 투기적인 건설시행과 건축문화를 대대적으로 고쳐야 한다.”

-당내 경선 방식에 대한 의견은.

“열린우리당은 100퍼센트 ‘오픈 프라이머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에 비해 우리는 국민 참여 폭이 좁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전향적으로 논의해 국민 참여 폭을 더 늘려야 한다.”

“의원들, ‘줄서기’ 고심으로 ‘잠 못 이루는 밤’ 보내”

-소장파는 모임 차원의 지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빅3’라는 큰 세력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도와주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건 부담스러울 거다. 요즘 당 의원들은 2008년 총선 때 공천이 달려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 줄을 설지에 대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줄서기·사당화 같은 구태의 정치 풍토를 우선적으로 깨야 하는 거 아닌가.

“깨야 한다. ‘줄 세우기’ 압력은 상상 이상이다. 매번 의원들에게 사람을 보내 자기 진영으로 부르고,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도 후보 진영으로 들어가고…. 그런 구태를 깨기 위해 깃발을 들었다. 손 지사와 내가 선전해서 ‘센 쪽에 붙어야 정치생명이 보장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면 변화가 있을 거다.”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이 총재의 복귀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거다. 당내 의원들이 내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국가 원로로서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여당의 네거티브 공격도 거세질 듯한데….

“네거티브 공세는 안 먹힐 거다. 지난 두 번의 대선을 통해 국민은 ‘인신공격에 따라 표심이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학습효과를 얻었다. 다만 사실에 근거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후보들은 발가벗고 검증받아야 한다.”

-현재 여당은 통합신당파와 당사수파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중도파 의원들이 중재에 나섰다. ‘여당의 정계개편’, 어떻게 될 것 같나.

“먼저 떨어져 나가기에는 겁나고 또 명분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쪼개질 거다. 지금 한나라당은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열린우리당은 당 자체가 사라져서 다음 공천을 줄 당이 없을까봐 전전긍긍하느라 잠 못 이루고 있다.”

-내년 대선 어떻게 전망하나.

“한나라당은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후 진보·민주화세력이 집권했는데, 그들은 ‘준비된 내용과 실력이 없다. ‘전문 역량이 없다’는 냉엄한 심판을 받았다. 또 경제가 활력을 잃어 경제를 살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거는 결국 오십 대 오십이다. 자칫하면 뒤집어질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한 후 내년 6월경 ‘맞춤형 후보’를 뽑아서 맞서면 되기 때문이다.”

-출마 선언 이후 마음 상태는 어떤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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