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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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6일 표류하는 국정 현안을 풀기 위해 여야 대표들이 참여하는 여야정(與野政) 정치협상회의를 열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제안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공식 반응을 유보하고 27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으나 당내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회의가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날 노 대통령은 “이번 정치협상을 통해 국회에서 1년 이상 지체되고 있는 각종 주요 민생법안과 국가개혁 입법의 교착 상태를 해소하고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는 물론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여야 교섭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협상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전했다.

회의 참석 대상은 노 대통령과 한명숙 국무총리, 열린우리당 의장과 원내대표,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6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협상회의 제안을 일축하거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철회와 정연주 KBS 사장 임명 철회를 회의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내걸 것으로 알려져 여야 간 이견 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왜 나왔나=여권은 정치협상회의가 열리면 전효숙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통해 여야 합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 국방개혁 입법 등을 처리하는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엔 비정규직 관련 3개 법률안과 현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사법, 국방개혁 관련 법안 등 253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이 같은 사실상의 국정 표류 상태를 방치할 경우 현 정부의 주요 개혁 어젠다가 실종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지지율 10%대로 사실상 국정 운영의 헤게모니를 잃은 노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 진행 속도를 늦춰 보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배경엔 이 같은 절박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이번 제의가 한나라당의 거부를 예상한 ‘명분 축적용’ 제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효숙 카드’부터 충돌?=회의 의제와 관련해 이병완 실장은 “주요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향후 국정 운영 방안 모두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의제는 여야 간 의견이 맞서는 △전효숙 후보자 처리 △사학법, 신문법 개정 △사법, 국방개혁 관련 입법 등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전효숙 후보자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자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회의 개최 전에 전효숙 후보자뿐 아니라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지명 또는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지난해 ‘대연정’ 제안이나 최근 정치권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 빌려 밝힌 ‘거국 중립 내각’ 구성 의도와 맥이 닿아 있으나 이들 제안도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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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한나라“사석작전에 말려들 필요없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정연주 KBS 사장, 외교안보라인 개각 등 일련의 인사에서 야당의 의견을 묵살하더니 정국이 풀리지 않자 이제 와서 손을 내미느냐는 것이다.

구체적인 반응은 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임명이나 지명을 먼저 철회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온건론과 사실상 국정 장악력을 잃은 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살려줄 수도 있으므로 제안을 일축해야 한다는 강경론으로 크게 나뉜다.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은 26일 “버리는 돌을 활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바둑의 사석 작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면서 “사실상 거부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이 2004년 대연정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권의 국정 실패 책임을 야당과 나눠 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인사 문제에서 성의도 안 보이고 협상하자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고 책임만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제안을 즉각 거부하지 않고 최종 결정을 유보한 것은 전 후보자와 정 사장 등에 대한 한나라당의 ‘역제의’를 청와대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정치협상회의 제안에는) 대통령의 고뇌가 담겨 있다”며 “열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제2의 연정을 제안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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