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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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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아침을 준비하면서 가져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가려야 합니다.”(김한길 원내대표)
10일 오전 열린우리당 창당 3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영등포 당사. 창당 기념일에 실패를 자인하며 ‘폐업 또는 신장개업’을 주장하는 등 사실상 마지막 창당기념식을 갖는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2년 전인 1주년 기념식 때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정당을 만들어보자”고 축하메시지를 보내 너나없이 들떴던 바로 그 자리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140명의 소속 의원 중 50여 명만 참석했다. 창당 주역이며 초대 당의장을 지낸 정동영 전 의장은 불참했다. 화환도 노무현 대통령과 임채정 국회의장, 한명숙 국무총리, 이용희 국회부의장이 보낸 4개가 전부였다.
가수 양희은 씨가 부른 ‘상록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창당과 대통령 탄핵, 2004년 총선 승리 등 창당 이후 3년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되자 김 의장과 문희상 전 의장 등 당 지도부는 눈물을 흘렸다. 200여 명의 참석자 중에도 눈시울을 붉히는 이가 많았다. 한 당직자는 “저렇게 (국민에게) 사랑받았던 때가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기념사에서 깊은 반성 대신 “우리당 창당은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한 유쾌한 사건이었고 깨끗한 정치, 정당 민주화는 공기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며 ‘창당정신’을 자랑했다. 신기남 의원은 행사 후 기자들에게 “우리당 창당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기념사에서 “주요 정책과 정체성에 직결된 부분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갈지자 행보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냉철하게 뒤돌아보면서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이건 아니라고 제때에 할 말을 못해 결과적으로 대통령을 더 어렵게 만든 책임도 져야 한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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