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금통위원 청와대에 반기?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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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1층 기자실.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취재하려는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이번 금통위는 국정홍보처가 ‘국정브리핑 칼럼’을 통해 금리 인상을 촉구하고 ‘대통령비서관이 6일 이성태 한은 총재를 면담해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해 콜금리 인상을 요청했다’는 소문이 돈 뒤 열린 것이어서 관심이 높았다.

기자실 주변에서는 “이번에는 부동산 값 상승과 경기 부진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데다 정치적 요인도 끼어들어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오전 9시 시작된 회의는 5분가량의 포토타임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콜금리가 동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오전 10시 4분. 과거엔 보통 오전 10시 반∼11시에 결정이 공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한은 관계자도 “이렇게 빨리 결정이 난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선 이처럼 신속한 콜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들의 자존심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홍보처,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콜금리를 인상하라는 전방위 압박을 하는 듯한 양상이 전개되자 반발한 것이라는 분석.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 외에, 금리를 올리면 ‘청와대 등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정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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