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파문' 김근태 의장 "부주의 사과…한나라 침소봉대"

  • 입력 2006년 10월 23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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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린 인천 남동을 박우섭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김근태 당 의장이 개성공단 방문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연합]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린 인천 남동을 박우섭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김근태 당 의장이 개성공단 방문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연합]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23일 '개성공단 춤 파문'의 조기 진화에 나섰다.

'춤 파문'의 당사자인 김근태 의장은 이날 보궐선거 지원차 찾은 인천 남동을 지역의 박우섭 후보 사무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유감'을 표명하면서 파문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김 의장은 이날 '춤 파문'에 대해 "부적절하고 부주의한 측면이 있다고 말씀드린다"며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이번 파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으로, 파문이 계속될 경우 사태의 본질 여부를 떠나 여권에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힐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의장은 이번 파문이 정치적 의도 속에 '침소봉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정치공세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장 표명의 수위가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 수준으로 조절된 것도 이 때문이란 게 주변의 얘기다.

그는 "개성공단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일부 언론보도를 보고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이 침소봉대해 저와 열린우리당의 노력을 왜곡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이른바 춤판, 추태는 없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적극 해명했다.

김 의장은 "개성공단 관계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간단한 여흥이 있었는데, 무대에 올라달라고 몇 차례 권유를 받았지만 거부했다"며 "그러나 끝까지 거절하면 너무 경직된 게 아닌가. 말을 걸려고 해도 경직돼 있는 북한 근로자처럼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잠시 무대에 올라 30~40초간 박수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잊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지도부를 중심으로 우리가 단합해야 한다. 지도부를 흔드는 일도, 지도부가 흔들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번 파문 이후 일부 의원들의 제기하는 '의장 인책론'을 조기에 제압하려는 의도란 해석과 함께 김 의장의 처신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내 밑바닥에서는 이번 파문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이틀 앞으로 다가온 10·25 재·보선에서 또다시 참패할 것이란 전망까지 겹치면서 지도부를 향한 불만 섞인 기류가 고조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 초선의원은 "풍선이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느낌"이라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내 중도보수 성향 그룹으로 분류되는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가진 뒤 성명을 내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민감한 시기에 당내의 충분한 논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방북을 감행하여 부적절한 행동을 한 김 의장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개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라"고 인책론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번 춤 파문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지도부가 보다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전략통 의원은 지도 체제 논란과 관련, "지금까지는 '대안부재론'이 대세였는데, 춤 파문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김 의장이 (의장직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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