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넘어야할 마지막 고개는 권력기관의 공세”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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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은 넘어야 할 다섯 고개가 있다. 마지막은 권력기관으로부터의 공세다.”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김근태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오찬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열린우리당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넘어야 할 과제로 첫째는 여소야대, 둘째는 지역감정, 셋째는 언론을 통한 정치 공세, 넷째는 여당, 다섯째는 권력기관을 꼽았다는 것. 여당과 권력기관의 이반이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견디기 힘든 고비라는 뜻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임기 말 각종 게이트가 터지면서 여당으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친인척과 측근들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나는 소통령도 없고 게이트도 없다. 위기관리를 잘하고 위기 징후를 통제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당과의 관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경기 부양과 관련해 “정부가 경기 관리에 무관심한 것으로 비치는데 그렇지 않다”며 “당이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면 정부가 이를 적극 협력하고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리한 인위적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언론에 ‘무리한’이라는 말이 빠지고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적정 경제성장률이 얼마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노 대통령이 13일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국일보 한겨레신문 등 4개 신문사 논설위원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보수 언론이 권력화를 넘어 아예 정권 교체 투쟁을 하고 있다. 언론이 정치 권력화하는 수준까지 가면 언론과 정권이 함께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찬 간담회 대화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도 일부 참석자들이 발언을 잘못 전하고 일부 언론이 내용을 왜곡 보도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당시 대통령의 발언록을 공개했다.

발언록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해서도 “재정 제도나 국민연금 같은 중립적 정책은 국가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인데 그것을 던져버린다. 정부에 대한 언론의 평가 잣대가 높아 도저히 못 맞추겠다”고 하는 등 언론 전반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또 노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꼽아 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에 대해 “국민들에게 불경스럽게 보일까봐 물어보지 못한 것이 있는데 ‘참여정부가 뭘 잘못했는지요?’라는 질문이다”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도 납득을 못하는 것은 참여정부가 망쳐 놓은 것이 무엇인지…, 제 생각엔 신뢰의 문제”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은 ‘현 정부가 이 사람 저 사람 기분 나쁘게 한 게 있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 내가 경제를 망쳤느냐’는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어투가 문제라는데 이는) 본질이 아니다”는 말도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은 ‘내 임기는 끝났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국회가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않는데도 낮은 지지율 때문에 여론의 압력이 없는 점을 걱정하며 지지율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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