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김근태, 두사람은 애초부터 서로를 인정 안해”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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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김근태 의장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공개 경고를 발하게 된 ‘진짜 배경’을 두고 여권에서 여러 얘기가 나온다.

노 대통령과 김 의장 사이엔 수시로 전화 통화하고 만나는, 통상적인 ‘대통령-여당 대표’ 사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예사롭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대부분 언론이나 제3자를 통해서 이뤄진다. 김 의장이 6월 16일 당 의장이 된 뒤 노 대통령과 독대한 것은 1번뿐이다. 전화 통화를 하는 일도 거의 없다.

두 사람의 ‘독대’는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내정한 7·3 개각 직전에 있었다. 당시는 김 부총리의 임명 여부가 논란이 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개각의 ‘개’자도 안 나왔다.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개각 내용을 알게 된 김 의장은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김 부총리의 입각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이는 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아니라 이병완 실장과의 통화였다.

김 의장은 특히 김 부총리가 논란 끝에 사퇴하는 과정에서는 ‘왕따’를 당한 듯하다. 김 의장은 2일 오전 10시 김 부총리가 사퇴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순간까지 김 부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김 부총리가 오전 6시 반 노 대통령과 조찬을 하며 사의를 밝혔고, 그 직후 한명숙 국무총리와도 면담을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두 사람 관계가 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김 부총리 사퇴에서 한 총리가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노 대통령이 김 의장에게 역할을 맡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사람 간에는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이 있다는 게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견해다. 오랫동안 두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두 사람은 당 안팎의 후보 단일화 요구를 뿌리쳤다. 김 의장은 ‘노무현 후보’란 경선 결과에 승복했지만 ‘노무현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지 않았다.

2003년 7월 김 의장이 대선후보 경선 비용을 공개하는 이른바 ‘양심선언’을 했을 때 노 대통령은 “김 의원이 웃음거리가 됐다”고 했다. 격분한 김 의장은 “내 고백을 웃음거리라고 한 대통령이 웃음거리”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총선 직후 김 의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지만, 국정 현안을 놓고 여러 차례 충돌했다. 노 대통령이 2004년 6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추진하는 여당에 대해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자, 김 의장은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해 보자”고 반박했다.

판이한 성장 배경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갈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김 의장은 서울대에서 학생운동을 거쳐 민청련 의장 등을 지내며 이른바 정통 운동권 코스를 밟아 왔다.

반면 노 대통령은 세금 전문 변호사를 하다 뒤늦게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노 대통령은 김 의장의 ‘운동권 순혈주의’에 대해 마뜩잖게 여기고, 김 의장은 노 대통령을 ‘벼락부자’ 정도로 여긴다는 것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金의장 체면이 영… ▼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서민경제 회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조건부 수용 방침을, 민주당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성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여야가 한마음으로 서민경제 회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길 기대한다”며 “최대한 빨리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여야 대표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는 “의제 제한 없이 모든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 협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한나라당이 동의한다면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제안한 5당 대표회담도 좋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노당 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5당 대표가 참여하는 ‘남북 수해복구 대책 마련을 위한 대표 회동’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미 가동 중인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대표회담은 그 이후 필요하면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한나라당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은 “조건부 수용이라고 보면 된다. 원론적 반대는 아니지만 서로 사전협의를 긴밀히 한 다음 필요할 경우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정부 여당이 민생경제를 망쳐 놓고 지금 와서 야당과 공동 책임을 지자고 하는 의도”라며 거부했다.

민노당과 국민중심당은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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