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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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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 후보 측이 선거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고액후원자 명단에 이 이사장의 직업은 ‘사업’이라고 돼 있다.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낸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열린우리당 박명재 경북지사 후보에게 200만 원을 후원했지만 직업란에 ‘회사원’이라고 적혀 있다.
본보가 20일 시도지사 후보자들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고액후원자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연간 12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고액 후원자는 실명을 공개토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고액 후원자들이 자신의 직업 등 후보자와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내용을 아예 기재하지 않거나, 사실과 달리 모호하게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사자들은 “신분을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 “서류정리 과정의 실수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명단 공개 제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도지사 후보자의 후원회 제도는 이번 지방선거부터 도입됐으며 후원자 1명이 한 후보의 후원회에 500만 원까지 최대 2000만 원의 후원금을 낼 수 있다.
이번 16개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전체 후보 66명 중 고액 후원금을 받았다고 신고한 후보는 39명. 이들이 받은 고액 후원금은 총 1652건에 61억2860만 원이며 이중 직업란을 아예 쓰지 않은 경우가 580건(전체의 35.1%), 22억6075만 원(36.9%)에 달했다.
직업을 모호하게 기재한 경우를 합하면 고액 후원자의 절반 정도가 신분을 정확히 알 수 없게 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런 고액 후원자들 중 건설업체 관계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점도 논란이다.
영남 지역 D건설의 K 대표는 이 지역의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 2명에게 각각 500만 원을 기부했지만 선관위에 보고된 명단에는 직업이 ‘자영업’과 ‘회사 임원’이라고 돼 있다.
한나라당 시도지사 후보 3명에게 각각 500만 원씩 후원한 D개발의 C 사장의 경우 직업란이 공란이거나 ‘개인사업’으로 선관위에 신고됐다.
전문가들은 “시도지사는 공사 발주 등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며 “건설업자 등이 ‘보험성’ 고액 후원금을 당선 유력 후보에게 기부한 뒤 여론을 의식해 신분을 감추려 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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