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2년 3개월간의 대표직 수행 마쳐

  • 입력 2006년 6월 16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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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6일 2년 3개월 간의 대표직 수행을 마치고 퇴임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 마당에서 소속 의원과 당직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임식을 갖고 "당 대표가 된 직후 당의 간판을 떼어내 찬바람 부는 천막당사로 걸어가던 그때를 잊을 수 없다"며 "그 짧은 길이 마치 천리 가시밭길 같았다"고 회고했다.

박 대표는 특히 "우리 정치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을 잘 살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해 드리는 게 정치의 기본"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편하면 국민이 고통스럽고, 우리가 힘들면 국민이 행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자리가 내년 정권교체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자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원했다.

꽃무늬 치마에 베이지색 재킷을 입은 화사한 모습의 박 대표가 이임사를 하는 동안 염창동당사 주변에서 철조망을 통해 행사를 지켜보던 박 대표 지지자들과 시민 100여명은 수차례 '박근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앞서 이재오 원내대표는 환송사에서 "박 대표는 위기에 빠진 당을 맡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당을 여기에까지 이끌어왔다"며 "그 동안 박 대표는 곧 한나라당이었다"고 추켜세웠다.

허태열 사무총장도 "여당에서 9명의 의장이 바뀌는 동안 박 대표는 한나라당을 안정과 통합의 반석 위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며 "특히 대선 불법자금과 탄핵 역풍 속에서 바람 앞에 촛불같던 당을 기사회생시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임사 직후 자신이 지원해온 어린이집 원아와 당직자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아든 뒤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이어 주요 당직자와 일부 의원 및 당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재임 기간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감상에 젖어 둘러본 뒤 당사 마당에 세워놓은 승용차를 타고 삼성동 자택으로 향했다.

박 대표는 승용차를 타고 정문 앞을 빠져나가다 "수고하신 경비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야 한다"며 다시 차에서 내려 경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꽃다발을 전달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임식에는 박 대표와 함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등 5·31지방선거 시도지사 및 기초단체장 당선자들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당 원로 등이 참석했다. 역시 유력대권후보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박 대표는 지난 97년 창당 이후 정식으로 이임식을 갖고 떠난 첫 대표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조순 이회창 서청원 최병렬 전 대표 등은 선거패배, 대선출마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이임식 없이 물러났다.

퇴임한 박 대표는 당분간 자택에서 보내며 선거캠프 구성 등 대선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피습으로 인한 얼굴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만큼 외부강연이나 해외여행은 한동안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7월말~8월초로 예상됐던 선거캠프 구성시기도 8월말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활동을 제외하고 당분간 사실상 모든 일에 손을 놓는 셈이지만 7·26 재보선 기간 지원 유세 요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대외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표는 건강을 회복한 후 중국과 인도,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해외 방문계획도 줄줄이 잡아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대표는 이달 11일 닝푸쿠이(寧賦魁) 중국 대사와의 만찬에서 새마을 운동 특강요청을 받았으며, 9월경으로 예상되는 방중 기간 특강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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