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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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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막내딸 이복희(33) 씨와 외손자 김선군(2), 고일혁(3) 군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무사히 입국했다는 소식을 들은 국군포로 이기춘(75)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04년 8월 이 씨가 탈북에 성공한 지 19개월 만에 가족 7명이 5차례로 나눠 시도한 긴 탈북 여정이 막내딸과 외손자 2명의 입국으로 드디어 막을 내린 것. 국군포로 일가족이 이처럼 대규모로 탈출한 것은 지난해 7월 가족 전체가 탈북에 성공한 장판선(74) 씨 일가족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씨는 1950년 8월 미 2사단 38연대 K중대 소총수(카투사)로 입대해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평남 개천군 인근에서 중공군에 붙잡혔다.
함북 청진시 나남구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어렵게 살아가던 이 씨에게 남한 가족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탈북 안내인이 2004년 6월 자신을 찾아온 것.
이 씨는 중국 모처에서 남한 가족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같은 해 8월 초 아내 김상옥(69·사망) 씨와 함께 집을 나섰지만 함북 회령군에서 검문에 걸려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한 차례 더 중국행을 시도하다 좌절된 뒤 8월 말 사전에 국경경비대에 은밀히 줄을 대고 세 번째 시도 끝에 중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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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한때 “헐벗고 굶주리는 남한으로 갈 수 없다”면서 남한 가족의 탈북 권유를 뿌리치기도 했으나 결국 같은 해 11월 고향 땅을 밟았다.
북한 가족도 차례로 탈북을 시도했다. 2004년 10월 부인 김 씨, 지난해 7월에는 둘째딸 복실(36) 씨와 사위 고영남(39) 씨가 탈북에 성공했다. 부인은 지난해 5월, 둘째딸 부부는 9월 한국에 입국했다.
부산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들은 북한에 남은 막내딸 가족과 둘째딸 복실 씨 부부의 아들 일혁 군의 탈북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일혁 군을 중국 옌지(延吉)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 데 이어 1월 중순 탈북한 막내딸 복희 씨와 외손자 선군 군이 먼저 중국에 와 있던 일혁 군과 만났다. 이들은 마침내 31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북한에 남겨둔 딸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아내가 곁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부인 김 씨는 지난해 11월 경남 김해시에 제사를 지내러 가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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