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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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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적(量的) 축적’은 ‘질적(質的) 발전’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17대 국회에서 전체 국회의원의 13%인 39명이 원내에 진출하면서 불기 시작한 ‘여풍(女風)’은 이제 5·31지방선거 판도를 바꿀 만큼 거세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을 추진해 온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내달 5일 출마 선언을 할 뜻을 비침에 따라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강 전 장관의 연대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간의 ‘여풍 대결’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정치에 여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은 이미 예견돼 왔다. 정치 컨설팅그룹인 MIN의 박성민 대표는 “2, 3년 전부터 성(性)이 지역, 체제, 이념, 계층 못지않은 선거변수로 떠올랐다”며 “남성적인 마초(macho)의 정치는 가고 연성(軟性)정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한국의 여성 리더 100인을 분석한 우경진 수원대 교수도 “감성(感性)의 시대인 21세기에는 여성성을 바탕으로 세심함과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엄마형 리더십’이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자기정체성과 독립적인 가치판단, 거기에 가정 경제권까지 쥐고 있는 30, 40대 주부의 표심을 어떻게 붙드느냐가 앞으로 선거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탄핵 주역이던 홍사덕(한나라당) 전 의원과 한명숙(열린우리당) 전 환경부 장관이 맞붙어 ‘빅 매치’를 벌였던 17대 고양시 일산갑 선거에서도 한 씨는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홍 후보를 10% 이상 앞서는 몰표를 받아 2%차로 승리했다. 여풍은 이제 가능성의 영역에서 현실적인 파괴력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풍=모성(母性) 리더십’이라는 등식에 착시(錯視)현상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실제 여당 지도부가 영입에 목을 맸던 강 전 장관은 모성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치권력에 도취하지 않는 신선함과 할 말을 하는 당당함, 이혼한 남편의 빚까지 떠안아 해결하는 희생적 모습이 그의 매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당 지지율이 야당의 절반 수준인데 야당의 잠재 후보들을 많이 앞서는 그의 인기는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성 리더십의 본질은 생활정치다. 그런데 ‘강효리’라는 별명처럼 강 전 장관의 이미지는 보헤미안적 자유분방함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강 전 장관의 리더십은 굳이 말하면 애인(愛人)리더십”이라고 평했다. 어제 강 전 장관의 연세대 리더십 특강에서도 참석자들의 반응은 “아름답다” “동안(童顔)이다” 등 감각적인 것이 주류였고 강연 후 서로 먼저 사인을 받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등 유명 탤런트의 팬사인회를 연상케 했다고 한다.
여성적 리더십에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매력이 있지만 불안한’ 애인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섬세하고 소통(疏通)이 쉬우면서도 생활 구석구석을 어루만져 주는 엄마의 편안함이다. 지방선거에서 벌어질 여풍 대결에서 과연 누가 그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지 주목된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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