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민과의 인터넷대화]“8·31대책 우습게 보지말라”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5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선정한 방청객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5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선정한 방청객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진행하면서 당초 예정(60∼80분)보다 훨씬 긴 2시간을 할애했다. 각종 도표와 그래픽 자료를 준비했고 수치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대화 도중 농담도 하는 등 대체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정부 비대화 논란’을 이야기할 때는 “남의 나라 책을 본 정치인과 학자들이 작아도 너무 작은 정부를 보고 ‘큰 정부라 문제’라고 한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요지.》

○모순되는 것 조화시키는 게 정치

(자유무역협정 관련 질문을 받고는) 제가 좀 황당하다고 느끼는 게 있는데 ‘당신 신자유주의자지’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한쪽에서는 좌파 정부라고 하는데 답답하다. 좌파 정책 할 건 하고 우파 정책도 할 건 하고, 서로 모순된 것을 조화시키는 게 정치 아니겠나. 참여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다. 자유무역협정(FTA)은 가다가 조건이 안 맞아 중단된다고 해서 손해 보는 일이 전혀 없다. 우리도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두 가지를 약속하겠다. 손해 보는 장사 안 하겠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하겠다. 취약부분 대책 세우겠다. 농업부분 아니냐.

○정책내용 좋으면 저항도 꺾여

8·31대책 결과에 대해 자신한다. 임기가 아직 2년 남았고 정기국회는 두 번 남았다. 지금 8·31대책 우습게보는 경향이 있는데 짧게 표어로 말해 ‘8·31대책 우습게보지 말라’다. 정책에 신뢰를 갖고 있으면 순조롭게 가는데 그 정책 싫어하는 사람들은 가다가 말겠지, 결국 ‘해보자’ 이런 심정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잘 안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내용이 부실하면 저항에 무너지지만 내용이 완벽하게 돼 있으면 결국 저항이 꺾이게 돼 있다. 그게 별것 아니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까지도 8·31대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적인 위력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든 무력화를 바라는 것 아닌가 하고 느낄 정도인데 사실과 다르다.

○양극화 문제가 세금문제 돼버려

작년에는 양극화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금 얘기 나오면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는 하루아침에 어려워지는 것 아니겠나. 이제 본격적으로 양극화 얘기를 하자고 하는데 ‘세금 올리자는 말이냐’로 됐다. TV나 신문을 보면 봉급자들이 궐기할 것 같다. 돌 맞을 것 아닌가 싶어 겁이 난다.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화를 낼 분들은 상위 20% 소득자들인데 저와 대화를 좀 하면 좋겠다. 탈세하는 사람들이 문제인데 이번 국세청은 좀 다른 것 같지 않으냐. 지금 세무조사 받는 사람들도 사회적으로 ‘말발’ 있는 입심 센 분들인데 제가 (국세청에) 하라고 시키지 않았는데 하나 봅니다.

○나는 인터넷서 대세잡은 대통령

일반 사이트 자유게시판엔 못 간다. 재미로 가면 몰라도. 인터넷은 아침에 30분, 저녁에 1시간 이런 수준이다. 대부분은 국정브리핑 사이트에서 보낸다. 댓글도 공무원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달았다. 인터넷에서 대세를 잡아서 그걸 일반 대세로 몰아간 아주 희귀한 대통령인 건 맞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제 마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저를 지원하는 글이 압도적이었는데 요새 보니 저도 인터넷에서 박살나고 있더라. 제 마당이라고 생각하진 않아도 아직도 이해 잘한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네티즌당’ 만들면 끼워 달라.

○경제위기 안오니 좀 쓰시라

시장에서 소비가 우선 풀릴 것으로 믿는다. 환율이 걱정이나 당장 위기 요인은 아니다. 이제 한숨 돌리고 좀 쓰시라. 몇 년 동안 경제 위기는 안 오기 때문에 걱정 말고 쓰시라.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분들도 우선 쓰고 보시라. 우선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쓸 수 있는 데까지 쓰고 세금도 좀 많이 내고 해서 자신 있게 가보자. 걱정 없다. 금융시스템에 위기 요인은 없다. 2004년 한 주에 4000원, 5000원 하던 하이닉스반도체 주식이 지금 1만5000원이나 되면서 다 죽어가던 외환은행이 벌떡 일어났다. 그래서 외환은행 값이 비싸지고 서로 사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과거에) 론스타에 잘못 팔았다고 공무원들은 죽을 맛이다.

○“한국 공무원 성실해”

우리 공무원 수로 이 정도의 국가 서비스를 해내는 것 보면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하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회복지 서비스 쪽이 빈약하다. 이걸 채워 나가야 한다. 큰 정부라고 말하면 안 된다. 우리가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일이 많으므로 기획해야 하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는 국가 재정에 의한 재분배 효과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런 나라를 두고 큰 정부 한다고 타령하면 안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토론하자

(사회자가 질문과 답변을 짧게 해달라고 주문하자) 제안 하나 하겠다. 오늘 안 되면 일주일에 한 번씩 하자. 한 달에 한 번씩 하든지…. 지금까지 많은 쟁점이 있지 않느냐. 오늘은 저를 좀 봐주시나 본데 아주 세게 논쟁도 하고, 오늘 소화 못한 주제는 또 하자. 시리즈로 가는 거다. 손님 없다고 하면 접고 손님이 바글바글하면 하자.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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