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회담에 나온 것은 지난해 7월 정부가 백두산 관광 도로 포장용 피치(아스팔트 재료) 8000t을 제공한 데 이어 올해 다시 8000t을 주기로 한 데 대한 일종의 ‘답례’라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회담을 하고 싶어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이번 군사회담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의선 철도만 해도 통행 준비가 끝났지만 북 군부의 반대로 시험통행조차 못하고 있다. 남측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할 때도 48시간 전에 북측 군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북 군부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경협과 교류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북에 식량 50만 t과 비료 35만 t을 주었고, 200만 kW 전력 제공 약속도 했다. 이를 통해 북의 6자회담 참여와 남북장관급 회담 재개를 이끌어 내긴 했으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현안 해결에 실질적 성과는 보지 못했다. ‘당근’만을 앞세운 대북 저자세로는 남북관계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을 앞세우거나,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같은 이벤트식 대북 접근으로 북을 회유하려 들면 실효(實효)는 없고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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