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챙길 것만 챙기는 北, 계속 끌려다니는 南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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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이 그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1년 9개월 만에 재개된 회담에서 남측은 서해상 충돌 방지와 공동어로수역 설정, 경의선과 동해선 통행의 군사적 합의 보장 문제 등을 논의하려 했으나 북측이 서해 해상 경계선의 재설정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고 고집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챙길 것은 다 챙기고 억지만 쓰는 북측도 문제지만 정부도 그동안의 대북(對北) 저자세가 이런 결과를 자초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북이 회담에 나온 것은 지난해 7월 정부가 백두산 관광 도로 포장용 피치(아스팔트 재료) 8000t을 제공한 데 이어 올해 다시 8000t을 주기로 한 데 대한 일종의 ‘답례’라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회담을 하고 싶어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이번 군사회담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의선 철도만 해도 통행 준비가 끝났지만 북 군부의 반대로 시험통행조차 못하고 있다. 남측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할 때도 48시간 전에 북측 군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북 군부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경협과 교류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북에 식량 50만 t과 비료 35만 t을 주었고, 200만 kW 전력 제공 약속도 했다. 이를 통해 북의 6자회담 참여와 남북장관급 회담 재개를 이끌어 내긴 했으나 북핵 문제를 비롯한 현안 해결에 실질적 성과는 보지 못했다. ‘당근’만을 앞세운 대북 저자세로는 남북관계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을 앞세우거나, 제2차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같은 이벤트식 대북 접근으로 북을 회유하려 들면 실효(實효)는 없고 국민 부담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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