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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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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우리당이 창당 2주년을 앞두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개최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혼쭐이 났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학계와 언론계 재계 시민단체 인사 7명은 2시간 동안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실적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연세대 김호기(金晧起·사회학과) 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여러 가지 정책 프로그램이 미래지향적이지도 않고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도 못한다”며 “당내 정책 경쟁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경우 ‘청계천’이라는 상품도 있고 ‘박정희 식 개발’이라는 역사적 자산도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박효종(朴孝鍾·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의제가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며 “기득권을 깨야 한다거나 지역구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말이지만 비현실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현 정부를 ‘건달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하는 법을 모르는 정부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독백만 하지 말고 ‘설득 당하는’ 권위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河勝彰) 대표도 “열린우리당이 구체적인 정책은 내지 못하고 구호만 앞세운다”며 “동북아균형자론이니 ‘검찰 제자리 놓기’ 같은 게 무슨 정책인가”라고 꼬집었다. 하 대표는 “정책 집행을 잘 못하는 이유로 한나라당 핑계를 대는 것도 의석이 제일 많은 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신문 김종구(金鍾求) 논설위원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차떼기 정당’이라고 하다가 연정론을 제안하며 정책적인 차이가 없다고 하고 민주당에 대해서는 부패 정당, 지역주의 정당이라고 하다가 평화개혁세력 연대를 이야기한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의 박태견(朴太堅) 논설주간은 “부동산이나 경제정책에서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경제적 정체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목사는 “열린우리당을 보면 한국 축구를 보는 것 같다”며 “국민은 한 골이라도 넣어 주길 바란다. 말만 무성하게 하지 말고 남은 개혁 과제를 지금이라도 서둘러라”고 주문했다.
홍순영(洪淳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과 정부가 필요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기업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당이 만연된 반(反)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세균(丁世均) 당의장은 “반론을 제기하려고 찾아도 마땅한 말이 없다”며 패널들의 질타를 수용했다. 사회를 맡았던 유재건(柳在乾) 의원도 “뼈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말씀”이라고 비판을 받아들였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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