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씨 제거는 배은망덕 현대와의 사업 전면 재검토”

북한은 20일 김윤규(金潤圭)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출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사업 등 현대그룹과 벌여온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성 및 백두산 관광 등 현대그룹이 추진해 온 대북 관광사업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며 전반적인 남북관계도 경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대그룹 회장은 김정일(金正日) 장군님을 함께 접견한 김 부회장을 따돌리고 목까지 떼었으니 이보다 더한 인사불성이나 배은망덕이 어디에 있겠느냐”면서 “신의가 다 깨져버린 상황에서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태평화위는 “우리는 항상 의리의 견지에서 정주영(鄭周永) 정몽헌(鄭夢憲) 김윤규 선생을 하나로 생각해 왔다”며 “우리는 김윤규를 제거한 처사를 두고 의리 때문에 아파하고 격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약속했던 ‘7대 협력사업’도 백지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7대 협력사업은 △남북철도 연결 △통신사업 △전력이용 △통천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 물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 댐 건설 등이다.

이와 함께 “현대에도 앞날은 있고 길은 있다”며 “현대 상층부가 곁에 붙어 기생하려는 야심가들을 버리고 옳은 길에 들어선다면 우리는 금강산 관광의 넓은 길을 열어 주는 아량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현대그룹 일부 임원의 인사 조치를 사실상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 측은 “북측과 갈등 해결을 위해 대화해 나가겠지만 김윤규 씨의 복귀나 그룹 내 인사 조치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