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獨-英-佛 정치모델 분석할것”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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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정치 상황에 관한 모델들을 한번 분석해 볼 생각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7일 멕시코, 코스타리카 순방 및 유엔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특별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꺼냈다. 연정론의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장고하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들렸다.

▽“우리 헌법이 갖고 있는 문제 때문에 고민 중이다”=노 대통령은 중미 순방국의 정치상황을 예로 들면서 “영국의 경우 전후(戰後) 노동당 내각에서 대처시대, 다시 노동당이 들어오면서 10, 15년 주기로 매듭지을 결정들을 해나가지만 중미에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고 그냥 서 있다”고 화제를 꺼냈다.

노 대통령은 “뭔가 일을 하는 정권, 추진이 되는 정권, 10년 주기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확실하게 대세를 가진 정권이 교체되는 나라와 정치적으로 완전 교착상태에서 추진보다는 견제에 중심이 있는 정치상황이 오래 계속되는 나라를 분석해 들여다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치 상황은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진단이다. 그는 “1988년 이래 선거는 모두 여소야대(與小野大)였는데 중요한 결단이 있을 때는 모두 여대(與大) 국회일 때였다”며 “여야가 팽팽히 싸운 것 중에 제대로 해결된 것이 무엇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헌법을 갖고 있는 한 (발생하는) 이런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개헌까지 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의 대립이 더 풀기 쉬운가, 아니면 프랑스 동거 정부처럼 총리와 대통령 사이에 갈등 관계를 갖고 가며 타협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가 내각제 국가라면 (총리가) 국회와 맞으니 잘 운영될 것이고, 대통령제에서는 여당이 다수면 그런대로 손발을 맞춰갈 수 있다”며 “그런데 야당이 다수가 되면 프랑스식으로 야당에서 ‘총리를 내놔라’고 할 수도 있고, 한국처럼 내놓지 말라 할 수도 있는데 정치 효율성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국회 때 연정 얘기 안 할 것”=그러나 노 대통령은 귀국 후 20일 첫 번째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정치 화두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는 중요하므로 장관들이 정기국회에 집중해 달라”며 “정기국회 때는 연정 얘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정기국회는 12월 초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연정정국은 연말까지 소강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노 대통령은 헌정구도 등에 관한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탓에 노 대통령이 귀국 후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의 대표와 만나기로 한 일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 및 국내외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야당 대표와의 회담 시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당분간 확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21일 대통령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정기국회 때 연정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힐 계획이라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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