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림팀장 집서 도청테이프 274개 압수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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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X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7일 안기부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58) 씨의 경기 성남시 분당 집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불법 도청 자료로 보이는 녹음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13권을 확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국정원이 1999년 공 씨에게서 테이프와 녹취록을 대부분 회수해 소각했다는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徐昌熙)는 “공 씨 집에서 과거 안기부 불법 도청과 관련된 120분 분량의 녹음테이프 274개와 권당 200∼300쪽짜리 녹취 보고서 13권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황교안(黃敎安) 2차장은 “이 테이프와 녹취록은 종이 상자 2개에 담겨 있었다”며 “현재 자료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황 차장은 “불법 도청 테이프 제작과 보관 경위를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테이프와 녹취록이 복사돼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테이프에 담긴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고위 간부는 “검찰이 테이프에 담긴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검찰 스스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셈이어서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의 김병현 검사는 이날 공 씨의 병실을 찾아가 건강상태를 확인한 데 이어 곧 방문 조사를 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공 씨에게서 받은 도청 테이프를 넘겨주는 대가로 삼성에서 금품을 받아내려 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공갈 미수)로 재미교포 박인회(미국명 윌리엄 박·58) 씨를 구속했다.

박 씨는 1999년 9월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테이프를 넘기는 대가로 5억 원을 요구했으나 이 본부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국정원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 씨가 이 본부장을 만난 날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찾아가 문제의 녹취록을 제시하며 안기부 퇴직 직원 임모 씨의 복직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9일 미림팀 재건과 운영의 배후로 알려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 씨와 이원종(李源宗)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 5, 6명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금 대상에는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정원장 및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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