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전력 北공급]국민 공감대 없이 ‘혈세 퍼붓기’ 논란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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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정부가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제공하겠다는 대북 중대 제안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정부가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제공하겠다는 대북 중대 제안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한 대북(對北) ‘중대 제안’의 내용이 한국의 독자적인 송전으로 밝혀짐에 따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과연 얼마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가 들며, 재원은 어떻게?=정부가 200만 kW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 방식으로 제공할 경우 기본비용만 △경기 양주시∼평양 송전선로 건설 5000억 원 △역류방지장치및 변전설비 비용 1조 원 등이 든다.

여기에 공사기간을 3년으로 잡을경우 부대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줄잡아 2조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지속적인 송전에 필요한 발전비용이 추가로 든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화력발전소를 지을 경우 발전소 건설에 2조 원, 200만 kW 전력 생산에 1조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송전방식이 더 경제적인 에너지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경우, 남한의 전력을 직접 북한에 제공하고 송전시설까지 건설해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그 정도의 지원은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방적인 퍼주기일뿐더라 남북한의 배전 시설이 틀려 이를 서로 연결할 경우 남한쪽의 전력망도 불안해질 염려가 있는 등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에 전력을 제공하는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찬성
반대
잘 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정부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예산은 현재 남북교류협력기금의 경수로 계정.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수로 사업이 계속될 경우 매년 지출하도록 되어 있는 협력기금을 확대해 대북송전 예산항목을 별도로 편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에 따라 100만 kW급 경수로 2기를 북한 신포시에 건설하는 데 드는 총공사비 50억 달러(약 5조 원) 중70%인 35억 달러를 분담하게 돼 있다. 이 중 약 11억2000만 달러는 이미 집행한 상태이므로 나머지 24억달러를 대북 직접 전력공급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재원 마련과 기술적 검토의 미비=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결국 국민의 혈세를 이용해 국고(國庫)에서 대북에너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북 경수로 지원비용이 비록 정부의 예상 지출로 잡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2조 원 정도를 대북 직접송전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적지 않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金泰宇)군비통제연구실장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친 뒤 예산에 편성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전 방식의 대북 전력 지원과 관련해 다양한 측면의 기술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

한국전력 관계자는 12일 “대북 중대제안 과정에서 한전과는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권 반응=정부의 중대 제안발표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핵문제를 조기에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은 “정부가 중대 제안을 들고 적극적으로 북-미 양국 사이에서 중재노력을 기울여 6자회담 재개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민적 공감대와 투명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구두논평을통해 “2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일이 여야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를 거치지 않고 이뤄진 점은 앞으로 논의해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중대 제안’ 각국 반응▼

외국의 주요 언론은 12일 한국 정부의 중대 제안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북한이 원자력발전소를 갖게 되면 핵무기 개발에 전용할지 모른다는 국제 사회의 우려 해소를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해설기사에서 “전력 공급은 핵문제 해결에 (한국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함으로써 남북관계 강화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도 염두에 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인터넷판에서 200만 kW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건설할 예정이던 경수로 2기의 발전용량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제안이 ‘한국의 독자적 지원책’임을 강조하면서 “정동영 장관이 (6자회담 참가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한 것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공급 개시 때까지 관계국에 중유 제공을 요청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중국도 이번 제안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의 이번 제안은 중국에도 사전 설명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의 제안은 이미 지난달 방북을 전후해 그 실체의 일단이 알려진 것이어서 중국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과는 조율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AP AFP 로이터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도 한국의 대북 전력 공급 발표를 앞 다퉈 보도했다. 이 통신사들은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폐기 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 공급을 제안했다고 타전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을 수행하고 서울에 도착한 한 국무부 고위 관리는 “미국 관리들은 이번 제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다”면서 “이 제안이 지난해 6월 미국이 6자회담에서 북한에 제안했던 내용에 상응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서울발 기사에서 밝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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