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군포로 송환, 남북협상에서 다뤄야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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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장판선(74) 씨가 이달 초 입국했음이 본보의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20일자 보도). 그의 ‘53년 만의 귀향(歸鄕)’을 바로 알리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정부가 국군포로 문제를 웬만하면 묻어두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기에 부족함이 없다.

장 씨는 1994년 조창호 소위가 귀환한 이래 남으로 돌아온 49번째 국군포로다. 정부가 이들의 귀환을 앞장서서 도운 적은 한 번도 없다. 올해 초 중국에서 체포된 국군포로 한만택 씨의 북송(北送)도 막지 못한 정부다. 그러니 목숨 걸고 귀환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무명의 국군포로가 얼마나 더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정부는 나라를 지키다 적지(敵地)로 끌려간 국군포로는 외면하면서, 세금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운영하며 간첩까지 민주화 운동가로 신분 세탁시켰다. 이런 도착(倒錯)이 세계 어느 나라에 더 있는지 모르겠다.

돌아온 49명은 정부가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한 국군포로 538명의 10%도 안 된다. 실제로는 수만 명의 국군포로가 북에서 탄압과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북측의 비전향 장기수는 일찌감치 북송하면서 국군포로 문제는 거론조차 피하고 있다. 국군포로를 ‘광의의 이산가족’ 범주에 넣어 상봉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베푸는 관심’의 전부다. 과연 국군포로들이 원하는 것이 ‘일시적 상봉’일까, 귀향일까.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군포로 송환을 북에 공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남북협상을 벌여야 한다. 북이 거부하면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미국은 1990년부터 북한과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을 벌여 유해 발굴 작업을 해 왔고, 일본은 총리가 직접 평양에 가서 자국 민간인 피랍자(被拉者)를 데리고 나왔다.

당장 급한 것은 아직 중국에 남아 있는 장 씨 가족을 데려오는 일이다. 장 씨가 여생을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해주는 것은 국가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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