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 김정일 면담]北 또 깜짝쇼

  • 입력 2005년 6월 18일 03시 07분


코멘트
16일 밤 북한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전격적으로 통보한 것은 북한 특유의 ‘깜짝 쇼’를 잘 보여준다.

정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은 이번 통일대축전 참석 차 평양에 가기 전까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 북측이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 인사의 김 위원장 면담에 관해선 당초 합의된 일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전격적으로 면담을 통보하는 등 예측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여 왔다.

2002년 6월 남북정상회담 때도 그랬다. 당시 정상회담은 6월 12∼14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북측은 일방적으로 이를 하루 연기해 13∼15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통보에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북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북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박 전 장관은 그 후 2000년 8월 말 장관급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갔을 때 비밀리에 김 위원장을 만났다. 역시 북한의 깜짝 쇼에 의한 것이었다.

북측은 8월 31일 밤 평양에 머무르고 있던 박 전 장관을 불러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기차를 타고 약 7시간을 달려 함경북도 동해안 모처에서 9월 1일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 같은 북한의 행태에 대해 최완규(崔完圭) 북한대학원대 원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 극적인 효과를 높이고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이 만났을 때 미리 통보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 나타나 분위기가 고조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최 원장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보여주기 식의 깜짝 쇼는 정권 유지를 위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