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김정일 동영상 촬영자 탈북 “反체제단체 평양 등 여러곳”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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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 함북 회령시에서 촬영돼 1월 중순 국내외에 보도된 북한 반체제 동영상의 한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11월 말 함북 회령시에서 촬영돼 1월 중순 국내외에 보도된 북한 반체제 동영상의 한 장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반체제 동영상은 내가 찍었다.”

1월 중순 한국과 일본 언론에 공개돼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북한 반체제 동영상의 촬영자가 올해 초 탈북해 태국에서 은신 중이라고 LA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당시 공개된 비디오테이프에는 ‘자유청년동지회’라는 북한 내 비밀단체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에 반체제 구호를 적어놓고 ‘김정일 타도’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LA타임스는 ‘박대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탈북자와 극비 인터뷰를 갖고 비디오를 찍게 된 경위와 자유청년동지회 조직의 일부를 소개했다.

비디오를 처음으로 방영하고 박 씨와 전화통화를 했던 일본 아사히TV 히로미치 스즈미 PD도 성명서 낭독 주인공의 목소리와 박 씨의 목소리가 일치한다고 증언했다.

회령의 한 국영공장 소속 운전사였던 박 씨는 5년 전 평양을 오가며 불법 DVD와 비디오테이프 장사를 하는 인물로부터 동업 제의를 받았다. 문제의 인물은 얼마 후 박 씨에게 북한 실정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해외에 내보내자고 제의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나 자신은 노동당원이고 비교적 혜택을 받은 계층이었지만 인민을 헐벗게 하고 우상화에만 몰두하는 김정일 체제에 염증을 느껴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LA타임스에 밝혔다.

박 씨는 그 후 북한의 실정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담뱃갑 속에 감출 수 있는 소형 카메라를 몰래 사들였다. 박 씨는 “카메라는 우리의 무기”라고 말했다.

자유청년동지회 회령 지부에서 활동하게 된 박 씨는 평양과 청진, 개성, 남포, 무산 등지에도 조직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다른 조직원들의 얼굴은 본 적이 없고 회령에서 함께 일한 조직원 몇 명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LA타임스에 밝혔다.

박 씨는 비디오테이프의 방영으로 목소리가 공개되자 탈북을 결심했다.

3월 북한의 공개 총살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배포한 일본 독립뉴스의 히토시 다카시 씨는 “북한에서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는 대부분 일본에서 사간다”며 “남한 당국이 북한을 비난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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