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 “6자회담에 좋은 신호 찾는데 지쳤다”

  • 입력 2005년 5월 1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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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핵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6일 대북(對北) 비료 지원과 관련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곳에 적정하게 지원될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남북대화를 진행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당국자들을 연쇄 면담하면서 줄곧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재개를 연관지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오전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남북회담을 통해 6자회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고 국제사회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 진전이 6자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의 속내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났을 때 “우리는 6자회담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이 다른 옵션(선택)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데서 잘 드러난다.

그가 ‘옵션’을 거론한 것은 남북대화와는 별개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여러 수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남북대화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인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힐 차관보는 ‘남북 차관급 회담이 6자회담에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신호를 찾는 데 지쳤다”고 말해 이번 회담이 마지막 대화 노력일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부가 이날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북측에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6자회담 복귀를 강력하게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미국 측 인식과 한미 조율의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선 “한반도의 비핵화가 모두의 목표이며 이러한 목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을 잇달아 만나 같은 입장을 전달한 뒤 이날 오후 호주로 떠났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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