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장관 일본 기자와 설전

  • 입력 2005년 3월 2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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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내외신 기자들의 관심속에 한일협정 재협상,6자회담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내외신 기자들의 관심속에 한일협정 재협상,6자회담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사장인 구로다 가쓰히로 기자가 2일 외교부의 내외신 정례브리핑 시간에 ‘한일관계’를 놓고 감정 섞인 설전을 벌였다.

반 장관은 이날 노 대통령의 3.1절 ‘일본의 사과후 배상’ 발언과 관련해 “(발언에 대한)후속조치를 어떻게 해나갈지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뒤 “한일 과거사 규명 차원에서 외교당국자간 해결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상’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유족의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일본의 책임의식과 성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구로다 기자의 질문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구로다 기자는 먼저 “노 대통령이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동안 많이 했지 않느냐. 더 하라는 것이냐, 사과가 부족한 것인가”라고 따지듯 물었다.

이에 반 장관은 “일본은 95년, 98년, 2003년 3차례에 걸쳐 각각 사과 및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후에도 일본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많았다”며 “이에 우리 국민들은 일본이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고, 이 때문에 대통령도 거듭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구로다 기자는 곧바로 “일본 국민이 볼 때 한국 대통령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과하라고 하는데, 이것이 정상적인 외교인지, 또는 정상적인 국가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어 물었다.

반 장관은 “정권이나 대통령이 바뀌는 것은 (일본의 사과문제와)무관하고, (노 대통령이)일본에 사과하라는 것은 일본 정부와 국민이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화해의 뜻을 전하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국민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발언을 자주해 한일간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이 ‘과연 일본 정부와 국민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고 있느냐.’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로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그럼 일본 정부가 외교문서를 통해서라도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반 장관은 “그것은 일본 정부가 알아서 판단 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질문이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 양국의 진정한 화해와 이해를 위해 기자들이 먼저 냉정해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일부에서는 “외국의 일개 기자가 어떻게 한 나라의 외교수장과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이런 수준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는 말도 나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MBC 손석희 앵커와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조다이 요시로 의원이 치열한 공방을 벌여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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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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