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집권 중반기…2005 카드는]경제올인-뉴 데탕트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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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7, 18일 일본 방문을 끝으로 총 39일간 지구 두 바퀴를 조금 넘는 9만9405km의 올해 해외 순방 대장정을 마쳤다. 18일 오후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노 대통령은 깊은 상념에 빠졌다고 한다. 곧 임기 3년차에 접어드는 시기. 반환점을 도는 집권 중반기에는 뭔가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노 대통령의 어깨를 짓눌렀는지도 모른다. 청와대 참모들과 측근 인사들은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경제 올인(다걸기)’과 ‘뉴 데탕트(New Detente)’라는 두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뉴 데탕트에는 남북간 및 동북아의 긴장완화는 물론 국내의 남남(南南) 갈등 해소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올인▼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는 내년에도 경제에 대한 절박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내년 하반기에도 경기가 오름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현 정권의 주력 지지층인 서민들의 이반 현상을 돌이키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만찬에서 “정쟁은 올해로 끝내고, 경제에 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수석비서관들도 마치 입을 맞춘 듯 “경제 회복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주의자이자 시장중심론자인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유임시키기로 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의 산물이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기업이 곧 나라”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등 기업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경기 회복을 위한 구체적 수단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 확대를 축으로 해 내년 말부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각 연구기관의 전망이다. 청와대는 올해 초에도 ‘경제에 전력투구하겠다’고 외쳐 왔으나 탄핵사태를 비롯한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공염불에 그쳤다.

▼뉴 데탕트▼

이른바 ‘친노(親盧) 직계’들 사이에서 최근 ‘뉴 데탕트’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사사건건 불거지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경제 회생도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1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업적을 이룬 세대가 바로 60, 70대”라고 치켜세우면서 노장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관용의 문화를 강조한 이후 ‘관용’이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리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데탕트를 국정기조로 세우겠다는 것은 여권 내부의 극단적인 개혁지상주의를 배제하고 ‘뉴 라이트(New Right)’까지도 자연스럽게 수렴하겠다는 의미”라며 “4대 법안의 경우 노 대통령이 내년 초 연두회견 같은 자리에서 ‘차차 풀어가겠다’는 식으로 매듭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청와대와 정부는 내년을 한반도 데탕트의 획기적인 해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북핵 문제를 매듭지은 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옵서버로 초청하자는 초대형 이벤트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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