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이툰 장병과 하나 된 대통령

  • 입력 2004년 12월 9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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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사막 전투복을 입은 대통령과 자이툰 부대 장병들이 한목소리로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대통령은 젊은 병사와 포옹하며 환호했고 벅찬 감격에 눈물까지 보였다. “정말로 장하다”는 대통령의 치하에 지휘관은 “격려에 힘입어 복귀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라크 아르빌에서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 중인 자이툰 부대 장병들의 만남이 만들어 낸 감동적인 장면들이다. 지켜보는 국민 또한 흥분과 감동, 국가적 자부심과 긍지로 달구어진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노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전격 방문은 국군통수권자로서 필요한 것이었다. 장병들에게 국가가 그들의 복무를 자랑스러워하며 그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이 장병들과 함께한 120분은 자이툰 부대의 사기를 최고조로 올린 소중한 시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자이툰 부대는 그동안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장병들은 변변한 환송 행사도 없이 쓸쓸히 현지로 떠났고, 파병 요청을 한 미국에서조차 자이툰 부대는 극소수 인사들의 관심사로 전락했다. 오죽하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국회 방미대표단에 “파병 사실이 미국에서 제대로 인식되게끔 우리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점이 있다”고 실토했겠는가.

노 대통령의 말대로 자이툰 부대원들이 흘린 땀은 우리의 외교력이자 힘이다. 안전을 위해 현지 작전은 조심조심 펼쳐야 하지만 파병과 임무 자체를 당당하게 여기지 못할 이유는 없다. 외교무대, 특히 한미관계에서 3600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보낸 ‘현실적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장병들의 땀에 보답하는 길이다.

아르빌 방문을 통해 노 대통령은 모처럼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 줬다. “잘하겠다”는 다짐은 기대를 갖게 한다. ‘국민이 대통령의 오류를 잡아 준다’는 요지의 발언도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난관을 헤치고 자이툰 부대를 찾아간 것처럼 국민에게 다가선다면 감동을 주는 국정 운영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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