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부터 유튜브, 9세땐 인스타… SNS 중독돼 우울증-자해도”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7일 04시 30분


[중독 만든 빅테크에 배상 책임]
美 20세 여성 “좋아요-필터 등에 중독… 계정 15개 만들어 하루 16시간 SNS”
변호인 “앱 아닌 덫 만들어 중독 조장”
메타-구글 “긍정적 도피처” 반론에도… 각국, 청소년 SNS 사용 속속 규제

“6세 때부터 유튜브를, 9세 때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돼 멈추려 해도 도저히 사용을 멈출 수 없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법원. 분홍색 카디건과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갈색 머리의 20세 백인 여성 케일리 G M(가명)이 이렇게 증언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각각 운영하는 메타와 구글에 “플랫폼의 중독성으로 인해 내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화제의 소송을 낸 주인공이다.

● 하루 16시간씩 소셜미디어 사용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케일리는 자신이 어린 시절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두 플랫폼의 ‘좋아요’와 ‘알림’ 기능, 외모를 바꿔주는 ‘필터’ 기능이 중독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케일리는 “두 플랫폼에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나의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을 달았다”며 “다른 사람들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것으로 나를 인기 있어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두 플랫폼의 ‘알림’ 기능이 흥분감을 줬다”며 “학교에서도 화장실에 가 알림을 확인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밝혔다.

외모를 더 예뻐 보이게 만드는 인스타그램의 ‘필터’ 기능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사진에 필터를 사용했다”고 했다. 필터를 사용하기 전에는 내 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없었지만 이후에는 필터를 쓴 사진과 실제 모습의 괴리가 커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진짜 자신의 모습이 뚱뚱하고 못생겨 보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케일리는 이로 인해 불안, 우울증, 신체이형증과 같은 정신건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신체이형증은 실제로는 외모에 별 결점이 없지만 자신의 외모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믿으며 몸에 집착하는 정신 질환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케일리는 우울증으로 자해를 하기도 했다.

케일리의 변호인단 또한 “케일리는 10세가 되기 전에 200개가 넘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고, 15세가 되기 전에 15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며 “하루에 16시간 동안 인스타그램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콘텐츠 때문이 아니라 두 플랫폼이 ‘좋아요’ 기능을 통해 사회적 비교를 조장했기 때문”이라며 “‘무한 스크롤’ 및 ‘푸시 알림’, ‘동영상 자동재생’과 같은 중독적 기능을 넣어 플랫폼을 설계한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 기능이 카지노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뇌에 도파민을 분비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의 수석 변호사 마크 러니어는 최종 변론에서 “플랫폼은 ‘앱’이 아닌 ‘덫’을 만들었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계획적인 중독’을 조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배심원단 “메타와 구글이 손해 배상해야”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법원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로스엔젤레스=AP뉴시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법원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로스엔젤레스=AP뉴시스
메타와 구글 측은 케일리의 가정불화, 학교 부적응, 또래의 괴롭힘이 그의 정신건강 이상을 일으켰다고 반박했다. 또 케일리의 진료 기록을 확보해 “그가 소셜미디어에 중독됐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두 플랫폼은 그의 긍정적 도피처가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재판 과정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출석했다. 저커버그 CEO는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내부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2013년, 2022년에 메타가 ‘10대를 포함한 사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게 이정표’라고 쓴 내부 문서가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한 메타 직원이 “인스타그램은 마약 같다. 우리는 사실상 ‘마약 판매상’이나 다름없다”고 쓴 이메일도 공개됐다.

결국 12명의 배심원단은 9일간의 심의 끝에 메타와 구글이 7 대 3의 비율로 원고에게 총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이 중 300만 달러(약 45억 원)는 치료비 등 원고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나머지 300만 달러는 향후 유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금이다.

케일리의 변호인단은 이날 M&M 초콜릿 415개가 든 병을 들고나와 “초콜릿 한 알은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이고, 이 병은 구글이 가진 4150억 달러(약 622조5000억 원)의 자본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초콜릿 몇 개를 꺼내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 듯한 이 병을 거론하며 구글 같은 공룡 기업엔 10억 달러의 손해배상금도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평결은 소셜미디어가 개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새로운 법적 이론을 입증한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 41개 주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메타, 유튜브, 틱톡 등을 상대로 제기한 수천 건의 유사한 소송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국 정부 또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속속 규제하고 있다. 최근 호주와 스페인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속을 금했다. 영국, 프랑스, 덴마크, 말레이시아 등도 유사 규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유튜브#중독성#정신건강#메타#구글#손해배상#청소년규제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