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정상회담, 투명하고 당당해야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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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적어도 2005년에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2차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남북 정상회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갖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2000년 6월 첫 정상회담은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큰 기여를 했다. 남북 지도자가 다시 만나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상호 불신에서 신뢰로 가는 또 하나의 거보(巨步)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과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2차 정상회담은 남북의 합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0년 남북공동선언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4년이 넘도록 약속이 실현되지 않은 것은 북한 탓이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지, 우리가 끌려가거나 서두를 일이 아니다. 남북 정상의 합의를 지키지 않는 한 획기적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북한에 명확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남북 정상회담은 투명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정 장관 발언 이후 통일부는 “예전의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 말로는 정부가 은밀하게 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잠재우기 어렵다. 대다수 국민은 첫 회담을 성사시킨 비밀접촉이 결국은 수억달러의 회담 대가를 지불하기 위한 거래였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성사 과정부터 당당해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을 수 있다. 정상회담은 ‘깜짝 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세간에서는 정상회담 추진과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남북대화가 시급하다면 북한의 일방적 불참으로 중단된 장관급회담부터 재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려워진 국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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