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국장급 인사교류]“이해 폭은 넓혔지만…”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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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입장을 바꿔 일해 보니 상대 부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A 국장)

“손님이라는 느낌이 들어 불편하기도 하고 직원들과 의사소통도 원활한 것 같지 않다.”(B 국장)

올 1월 하순 부처간 벽을 허물고 공직 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정부혁신 방침에 따라 실시된 중앙 부처 국장급 인사 교류 제도.

부처간 교류 임용자 22명과 전 부처를 상대로 공모한 10명 등 총 32명의 국장들이 타 부처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지 8개월가량 지났다. 그러나 제도의 도입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살려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성과는?=정부과천청사의 한 1급 간부는 요즘 현안이 발생했을 때 해당국장이 아닌 주무 과장을 찾는 일이 잦다.

타 부처 출신 국장에 비해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 온 주무 과장은 눈빛만 봐도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소 위험부담이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 간부는 조심스레 “국장들이 업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할 때는 그냥 간판에 불과하다. 실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은 과장들인데, 업무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정책 판단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과천청사의 한 국장은 “기업체의 경우와는 달리 부처가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교류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장은 “힘 있는 부처인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의 세력 확장용 아니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한편 핵심 보직에 타 부처 국장이 임용된 일부 부처의 경우 내부 인력의 경력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변화의 조짐=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최근 32명의 해당 국장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연 결과, “대체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상석 노동부 노동보험심의관(전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장)은 기자와 만나 “4대 보험 전체를 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4대 보험 통합이야기도 나오는데 뭐가 문제가 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 문제를 놓고 대립해 온 건설교통부와 환경부도 국장 교류를 계기로 상대 부처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최소한 이들 국장이 ‘친정’으로 돌아가더라도 각 부처간 정책의 간극을 좁히는 창구역할은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행정자치부의 경우에는 기획예산처 출신 재정국장이 온 뒤로 지방양여금 축소 문제와 일부 지방세의 국세 이전 등 현안이 해결됐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신분불안부터 해결해야=교류 임용자들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신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본래 소속 부처에서 한동안 떨어져 나오면서 복귀를 하더라도 돌아갈 자리가 있을지 불안하다”고 했고, 또 다른 국장도 “1년 연장할 수 있지만, 시한이 만료되면 돌아가겠다”고 털어놓았다.

1년 성과를 토대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 부처의 한 국장은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고위공무원 풀을 만들어 장관들이 필요한 인재들을 수시로 끌어 쓰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 부처간 국장급 인사교류 및 직위공모 현황
◇인사교류(22개 직위)
부처대상직위교류임용자(전 소속)
재정경제부금융정책국장김석동(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경제협력국장안호영(외교부, 다자통상국장)
국세심판원재판관이병대(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산업자원부산업정책국장유영환(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장)
자원정책심의관윤성규(환경부, 환경정책국장)
해양수산부해운물류국장정상호(건교부, 중앙공무원교육원 연수)
금융감독위원회감독정책1국장박대동(재경부, 국회 파견)
교육인적자원부평생직업국장정종수(노동부, 국방대 파견)
행정자치부지방재정경제국장배국환(예산처, 정부혁신지방분권위 파견)
보건복지부연금보험국장송영중(노동부, 근로기준국장)
환경부대기보전국장김신종(산자부, 에너지산업심의관)
상하수도국장유영창(건교부, 공보관)
노동부노동보험심의관이상석(복지부, 연금보험국장)
능력개발심의관백종면(교육부, 평생직업교육과장)
기획예산처재정개혁국장한봉기(행자부,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
예산관리국장황해성(건교부, 기술안전국장)
건설교통부수자원국장전병성(환경부, 수질보전국장)
국토정책국장유덕상(예산처, 예산관리국장)
수송물류심의관이인수(해양부, 중앙공무원교육원 연수)
외교통상부다자통상국장임영록(재경부, 경제협력국장)
정보통신부정보통신정책국장최준영(산자부, 산업정책국장)
국세청법무심사국장김용민(재경부, 경수로기획단 파견)

◇공모(10개 직위)
부처대상직위공모 임용자(전 소속)
중앙인사위원회인사정책심의관정진철(행자부, 공보관)
통일부정보분석국장성남기(문화부, 예술원 사무국장)
문화관광부체육국장조용남(통일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파견)
교육인적자원부대학지원국장이종갑(조달청, 원자재수급계획관)
국방부계획예산관남동균(예산처, 사회예산심의관)
행정자치부행정관리국장이창구(예산처, KDI 파견)
농림부농업정책국장장태평(재경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농촌개발국장서병훈(예산처, 국방대 연수)
보건복지부보건정책국장정병태(재경부, 국민생활국장)
공정거래위원회하도급국장남광수(예산처, 재정개혁국장)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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