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고구려史 학술회의… 남북한-中격돌 예상

  • 입력 2004년 9월 1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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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중국 및 제3국 역사학자들이 고구려사를 놓고 학술토론을 벌일 계획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이 16∼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호텔에서 ‘한국사 속의 고구려 위상’을 주제로 개최하는 제1회 국제학술회의에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몽골, 호주 등 7개국 학자가 참여한다. 북한 학자 4명은 논문을 보내왔으나 참석하지는 않는다.》

특히 중국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최대이론가로 꼽히는 쑨진지(孫進己) 선양(瀋陽)동북아연구중심 연구주임과 쑨훙(孫泓) 선양동북아연구중심 연구원은 미리 보내온 발표문에서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어 한국 학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김정배 이사장과 박용운(朴龍雲) 고려대 교수 등이 중국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예정이다. 주요 발표자들의 논문을 통해 핵심 주장을 미리 살펴본다.

쑨 연구주임은 고구려사는 중국의 역사이면서 한국의 역사라는 일사양용(一史兩用)론을 계속 주장했다. 그는 역사계승의 문제는 토지와 인구, 문화를 얼마나 계승했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구려가 멸망할 당시 영토의 3분의 2와 인구의 4분의 3이 중국에 흡수됐다”며 “이렇게 흡수된 70만∼80만 고구려인은 중국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해 한족(漢族)문화에 흡수됐고 200여 고구려산성 터 등 문화유적도 대부분 중국의 영토에 있으므로 문화도 중국이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쑨 연구주임의 딸인 쑨훙 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맥이계(貊夷係)인 고구려는 한계(韓系)인 백제 신라와 다른 종족”이라면서 4세기 이후 고구려의 한반도 북부 진출에 대해 “중국의 일개 민족이 한반도에 침입해 중국의 일개 식민정권을 건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희승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고구려사 연구실장은 돌로 산성을 쌓고 싸우는 고구려의 전투방식은 동방에서 한반도 유역에서만 발견된다는 점과 온돌, 발방아 그리고 5곡 중심의 식생활 등은 한민족의 고유한 풍습이란 점을 들어 고구려가 한민족의 국가임을 강조했다.

또 강세권 역사연구소 연구원은 부여 고구려 옥저 예 등 예맥계(濊貊系)와 백제 신라 등 한계의 구분은 거주 영역에 따라 편의상 구분했을 뿐 모두 고조선의 후예라고 말했다. 김유철 김일성종합대 역사학부 교수는 특히 한사군의 중심인 낙랑군이 요동지방에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낙랑군 평양설을 비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존 던컨 교수는 국가 정체성에 관한 주요작업이 역사기록을 통해 이뤄진다고 볼 때 고구려사에 관한 기록이 고려와 조선의 사서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족주의는 이미 19세기 이전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대의 판키즈 모한 교수는 광개토대왕비 연구가 그동안 민족주의라는 이념적 외피에 둘러싸여 비문 형식과 수사적 장치에서 인도의 영향 등 다문화적 요소가 간과돼 왔다고 비판했다.

또 몽골 울란바토르대의 오 바트사이한 교수는 중국 역사학자들이 원나라의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기 위해 흉노와 몽골의 역사를 어떻게 집요하게 왜곡했는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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