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 복구참여 北건축사들 “남조선 꼬부랑국수 두번 먹어”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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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에서 남조선 꼬부랑국수(라면)를 두 번 먹어봤는데 상당히 맛있더라.”

최근 귀국한 정모씨(52)는 6월 중순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로 출장 갔다가 한 조선족 식당에서 4명의 북한 주민을 우연히 만나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평안북도 도시설계사업소 소속 설계원(건축설계사)들로 “중국 도시들을 참고해 용천을 국제적 도시로 복구하라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20일간 출장을 왔다”고 했다. 이들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쳐 선양으로 왔다”며 “우리 외에 몇 팀이 더 왔다”고 말해 북한당국이 중국 도시를 벤치마킹해 용천 복구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일정기간이 지나자 당국이 (지원된 한국) 라면을 모두 회수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기구를 이용해 용천에 독약이 든 라면을 살포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배탈 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는 것. 이들은 또 “자본주의 국가에서 온 지원물자 중에는 불량품이 많아 신의주쪽 세관창고에서 선별해 폐기 처분했다”고 전했다.

4월 22일 용천역 폭발사고 이후 한국에서 북한에 지원된 라면은 최소 42만개였다. 남포항을 통해 한국의 한광호가 10만개, 민간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가 25만여개, 천진엘림한인교회가 7만여개를 전달했다. 이는 용천 주민 2만7000여명에게 1인당 15개에 해당하는 양. 타 지역에서 온 구호지원 요원을 감안하더라도 ‘1인당 2개’는 구호물품이 100% 주민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크게 한다.

이들 북한주민은 특히 한국의 지원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구호물자를 중국이 제공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해 이들은 “우연한 사고로 보기에는 너무 처참해 많은 북한 주민들은 이를 간첩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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