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끝낸 朴대표 “국가 정체성 해결돼야 경제회생”

  • 입력 2004년 8월 2일 18시 40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2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야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근본문제(국가 정체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2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야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근본문제(국가 정체성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일 국가 정체성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태세였다.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끝내고 이날 당무에 복귀한 박 대표는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를 주재하면서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것(국가 정체성) 가지고 논쟁을 하느냐고 하지만 아무리 급하더라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바느질할 수 없듯이 야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체성 문제가 정쟁(政爭) 차원이 아니라 경제 살리기의 선결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지금 한국은 깊은 병을 앓고 있는데 근본 원인은 나라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나라 상황이 이런 상태에선 아무리 뭘 해도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국가 정체성을) 짚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근본적 경제회생책은 기업이 정책방향에 대해 안심하도록 대통령이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봄꽃은 근본적으로 봄바람이 불어야 핀다. 대통령이 경제회생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 의지로 봄바람을 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격한 것이 박 대표를 자극한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과거나 미래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간첩이 민주인사가 되고 (군 장성을) 취조하는 게 미래로 가는 국가냐”며 “대통령이나 정부의 국가관이 이렇다면 우리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백약이 무효”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의 강공 선언으로 향후 여야는 가파르게 대치할 공산이 커졌다. 여기엔 대여 강경 노선을 촉구해 온 당내 비주류 진영의 불만을 무마하며 당의 전열을 추스르려는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체성 공방이 뜨거워지자 박 대표를 겨냥한 당내 비주류 진영의 반발은 물밑으로 잠복했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 대신 정체성 문제를 당 차원의 공세로 전환할 방침이다. 박 대표의 부친인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전력을 문제 삼은 여권의 역공세를 비켜가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당 차원에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여의도연구소가 당 차원의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유신독재’ 과오에 대한 사과 문제와 관련해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 달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박 대표가 유신 문제에 대해 조만간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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