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정보본부장 ‘NLL교신’ 유출…박승춘 중장 “군사기밀 사항 아니다”

  • 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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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길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권진호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과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및 군의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해 숙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군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박경모기자
조영길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권진호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과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및 군의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해 숙의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군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박경모기자
14일 북한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당시 남북 함정간 교신 내용과 15일 북한측의 전화통지문 내용을 일부 언론에 유출한 인사는 합동참모본부 박승춘(朴勝椿·56·육군 중장·사진 왼쪽) 정보본부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박 정보본부장이 19일 오후 일부 신문사 기자들에게 이 같은 정보를 유출한 것과 관련해 국군기무사령부 요원의 방문 조사를 받았으며, 이들에게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 정보본부장은 또 이날 김종환(金鍾煥) 합참의장에게 “남북 함정간 교신은 일반 어선들도 들을 수 있는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이뤄져 군사기밀이 아닌 ‘평문(平文)’이고, 남북한 전화통지문도 ‘평문’으로 보안평가를 했다”며 ‘군사기밀 유출’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박 정보본부장이 정보를 유출한 경위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일부 신문에 남북간 교신 내용이 유출된 것을 ‘기밀 유출 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에게 강력한 경고를 전달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 조사가 마무리된 뒤 조 장관을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광웅(尹光雄) 대통령국방보좌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보도 중에는 일부 기밀사항이 들어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대통령 지시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론과 국군을 분열시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NLL 침범 사건 발생 초기에 남북간 교신이 있었는지, 교신이 있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보강조사를 지시했다”며 “군사기밀의 유출 행위는 국가 기강의 문란 행위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의 조사결과 14일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우리 군의 당초 설명과는 달리 남북이 합의한 ‘한라산’이라는 호출 부호로 남측 함정을 8차례 호출한 것으로 밝혀져, 군이 북측과의 교신 내용을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북한 경비정은 교신 과정에서 ‘남측 함정이 해상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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