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시장 취임기념일에 맞추려다…

  • 입력 2004년 7월 5일 18시 27분


일요일인 4일 오후 7시5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3층 상황실.

남색 잠바에 면바지 차림의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손에 네쪽짜리 사과문을 들고 “시민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며칠 전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개 숙인 시장 뒤로는 서울시 교통국 간부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시장은 당초 5일 사과와 함께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사안이 워낙 다급했는지 갑자기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한 교통국 간부는 허탈한 표정으로 “첫날보다 혼란도 줄어들었고 이번 교통체계 개편으로 좋아지는 것도 많지 않느냐”며 “왜 그런 것은 보도하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번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편은 사실 그 취지와 방향은 옳다고 본다. 보완작업이 끝나고 이용자들이 새 교통체계에 익숙해지면 서울시는 세계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초기 시행과정에서의 혼란이 너무 커 사업 의도의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는 무엇보다 7월 1일이라는 날짜에 맞춰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단위사업을 한꺼번에 무리하게 시행하려다 빚어진 잘못이다.

버스노선, 요금체계, 중앙버스전용차로 운영 등 바뀌는 것이 너무 많아 시민들이 그것을 다 숙지하기란 애당초 무리였다. 아무리 홍보를 잘 했어도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시행을 하다 보면 단위사업별로 수많은 문제점이 쏟아지기 마련인데 대처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알면서도 손쓰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다.

시 교통국의 고위 간부는 이러한 일괄 시행방식에 대해 서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도 왜 혼란을 피할 수 있는 주말이 아닌 평일을 시행일로 잡았느냐에 대해선 “판단 착오였다”고 꼬리를 내렸다.

1일은 이 시장의 취임 2주년 기념일이었다. 지난해 청계천 복원사업도 7월 1일 착공했다.

이 시장은 자신과 관련된 날짜에 중대사업을 시행하는 관행이 70년대를 연상시킨다는 시민의 지적을 이제라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장강명 사회2부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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