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김근태 정중동 행보

  • 입력 2004년 6월 8일 18시 07분


김혁규 총리 카드가 무산되면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의 진로도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쟁적 관계인 두 사람은 6월 말 개각 때 동반 입각할 것으로 예고된 바 있다. 그러나 누가 총리가 되느냐, 당의 지도체제 문제는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둘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과 관련된 인사가 총리가 될 경우엔 새 총리와 두 사람과의 '위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재·보선 패배의 책임 문제와 관련, 새 지도체제를 선출하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도 두 사람의 거취와 무관치 않다.

물론 두 사람은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8일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입각하느니 당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아무 할 얘기가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정 전 의장도 전날 10여일 간의 일정으로 일본과 미국 방문에 나서면서 측근들에게 "일체 내 뜻과 상관없는 불필요한 얘기가 나가지 않도록 함구하라"고 당부했다. 한 측근은 "입각 문제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로 왈가왈부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과 김 전 대표가 이처럼 입 조심을 하며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는 데는 한때 통일부장관 입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처럼 비쳐져 여론의 질타를 받은 상황에서 또다시 거취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경우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양 측이 정국 풍향을 읽는 '안테나'까지 접은 것 같지는 않다. 실제 양 측의 참모진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청와대 기류를 탐지하기 위해 은밀히 다양한 루트를 동원해 청와대 측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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