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정부 “이렇게 빨리 뺄줄은…” 당황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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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재조정 3인 위원회’(왼쪽부터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한민구 국방부 국제협력관, 위성락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조정관)가 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의 대규모 주한미군 조기 감축 통보에 대해 배경 설명을 했다.-강병기기자
‘주한미군 재조정 3인 위원회’(왼쪽부터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한민구 국방부 국제협력관, 위성락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조정관)가 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의 대규모 주한미군 조기 감축 통보에 대해 배경 설명을 했다.-강병기기자
6일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주한미군 1만2500명, 2005년 말까지 감축’이란 미국측 계획을 전해 들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밤새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주한미군 감축 시기가 한국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너무 빠른 데다, 이런 한미간의 엇갈린 ‘안보 시간표’를 국민에게 설명할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국방부는 이날 밤 ‘자체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주한미군의 대규모 조기 감축 때문에 자주국방 프로그램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간인 오후 11시부터 7일 오전 1시경까지 ‘주한미군 재조정 협상을 위한 3인 위원회’의 김숙(金塾)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위성락(魏聖洛)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관, 한민구(韓民求) 국방부 국제협력관은 모처에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했다.

김 국장은 ‘긴급 심야 대책 회의’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의 사무실로 가 7일 기자회견문과 협상 전략을 점검하며 ‘까만 밤’을 하얗게 새웠다.

7일 오전 9시반경 외교부는 ‘기자회견 시간이 오전 10시반’이라고 알려 왔다. 그러나 그 시간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과 겹치고, 청와대에 대한 보고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은 오후 4시로 연기됐다.

정부 일각에선 “감축 협상 직전 한국 정부의 ‘희망적 낙관론’이 너무 많이 유포돼, 이를 주워 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NSC는 “감축 시기가 우리 예상보다는 빠른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인 만큼 협상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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