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는 심보가 돼지털이라 디지털정당 성공 못해”

  • 입력 2004년 5월 13일 0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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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혐의가 명백하면 불구속 기소하고… 유죄판결이 나면 대통령이 사면하고 그런 순서를 밟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열린우리당 유시민(柳時敏·사진) 의원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내놓은 해법이다.

유 의원은 12일 밤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인터넷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에서 서영석(徐永錫) 대표와 현 정국을 비롯한 광범위한 주제로 채팅을 가졌다.

유 의원은 ‘사면을 해야 할 당위성’을 묻자 “사면은 권력자의 은전”이라며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경우에도 사면 권은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적을 사면하는 것은 권좌에 오른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가운데 하나”라고 부연 설명한 뒤 “이회창씨도 ‘부패한 정당문화가 낳은 일종의 희생자’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장기적으론 우에서 좌에 이르는 4당 체제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맨 오른쪽에 위치할 정당으로 “교섭단체가 될까 말까 하는, 자민련만 해진 한나라당”을 언급한 뒤 “그 보다 조금 가운데 쪽에 원희룡 의원이 소망해 마지 않는 합리적인 보수정당”을 위치시켰다. 유 의원은 “여기 가도 괜찮은 분들 우리당에도 없진 않죠”라는 말로 열린우리당의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계속해서 “‘미국 민주당 비슷한’ 발랄한 자유주의 정당”을 가운데 왼쪽에 자리잡게 한 뒤 “현대화된 사회주의 정당, 지금 민노당보단 훨씬 현대적인 사회주의 정당”을 맨 왼쪽에 놓는 구도를 그렸다.

유 의원은 “가운데 두 당이 정권을 다투고, 혼자 집권 못하면 중도우파연정, 중도좌파연정 또는 경우에 따라 좌우대연정을 할 수 있는 그런 4당구조가 좋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이어 “당장은 그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죠. 앞으로 10, 20년은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갈걸요?”라는 사족을 붙여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을 경계했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서 유 의원은 언론개혁의 영역 3가지를 제시했다.

‘신문시장 질서 세우기’를 가장 먼저 지적한 그는 “언론사간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세우고, 무가지 살포 등의 반칙을 제어하고 응징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편집권 독립’을 언급하며“언론자유는 시민 개개인의 자유이고, 다음으로는 언론인들의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언론사의 자본소유자들이 언론인의 취재, 편집, 보도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속박할 수 없도록 편집권을 자본으로부터 독립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언론사 소유구조개편’을 말하며 “이건 위헌논란도 좀 있는 것이고 좀 긴 논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면서 "시간을 두고 좀더 구체적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대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유 의원은 “서울대는 학부를 없애고 대학원도 ‘장사 잘 되는’ 종목은 전부 독립시켜서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한 뒤 “서울대는 국가가 신경 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기초학문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신입생은 뽑지 않고 학부는 강의만 살려두면 된다”며 “전국의 다른 국립대학 학생들이 원하면 한 두 학기 서울대 학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고 그걸 해당대학에서 학점을 인정해주도록 하면 서울대 교수는 직장을 지키고 서울대 학벌은 없앨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이해찬 의원을 지지하게 된 배경도 밝혔다.

유 의원은 “개혁적인 면에서는 두 분사이에 별 차이가 없으나 돌파력에선 천 의원이, 관리능력에선 이 의원이 앞선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1년 정도는 개인적인 정치적 목표가 없어서 사심 없이 교섭단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대통령 복귀 이후 당정관계나 당청관계를 이끌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유 의원은 고집이 센 노무현 대통령과 그에 못지않은 고집을 가진 천 대표가 부딪칠 가능성이 없겠냐는 우려에 대해 “역할이 사람을 만든다”며 “대표에게 주어진 역할이 이 시기에는 당정관계, 당청관계를 매끄럽게 이끄는 것이기 때문에 천대표도 이 역할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한 가지 천대표께서 원내대표직 수행을 이후의 개인적 진로와 무관하게 오로지 직책이 부여하는 임무에만 집중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했다.

이밖에 유 의원은 ‘한나라당 소장파를 정치 파트너로써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원희룡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된다면 뭔가 될지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한나라당의 디지털 정당 선언과 관련해선 “한나라당은 심보가 돼지털이라 절대로 디지털 정당으로 성공 못한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한편 서영석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기각된다면 서프라이즈에서 거대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날 채팅은 당초 밤 10부터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유 의원이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접속을 하지 못해 결국 여의도 PC방으로 자리를 옮긴 10시 30분 부터 시작됐다. 이날 채팅은 3만 9천여 명의 네티즌이 지켜봤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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